영혼의 리더<16> 廣州 평화교회 이동현 목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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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 31면

이동현 (왼쪽 끝) 목사와 김신성(오른쪽 끝) 사모가 양옆에 선 가운데 평화교회의 주역들인 장로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동양과 서양은 인종·음식·언어·습관·종교 등 여러 면에서 다르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은 모두 중용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 왔다.

교회는 동네 아줌마 스트레스도 풀어줘야

이동현(56)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경기도 광주 평화교회(1984년 설립)는 그리스도 안에서 중용이 살아 숨 쉬게 하는 교회다. 평화교회는 영적 체험과 성숙한 신앙의 성장을 모두 중시한다. 성도들을 세울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세운다.
이동현 목사는 팔방미인이다. 그는 ‘스타급’ 목사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평신도를 내세운다.

평화교회는 장로교회다. 이름이 말해 주듯 장로교회의 중심은 장로들이다. 장로교회라는 이름에 충실한 평화교회는 놀라운 영적·물리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장로들이 있다. 평신도 사역을 위해 20명의 장로가 국장이 되어 182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평화교회는 문화교실·의료봉사·음악회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다. 평화교회에는 200개의 동아리가 있다. 평화교회는 성숙한 신앙인을 양성하는 ‘대학’이다. 교인들은 마치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감동과 기쁨을 맛본다.
평화교회는 모토를 실천하는 교회다. 평화교회는 ‘행복한 가정, 건강한 교회, 거룩한 도시’ ‘사람을 세우고, 축복하고, 파송하는 교회’ ‘친정같이 편안한 교회’라는 이상이 구현되는 교회다. 그 현장을 찾아 이동현 목사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 요지.

20명 장로가 182개 팀 운영
-교회는 지역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평화교회는 여러 사회봉사 활동을 합니다. 송길원 목사와 함께 취학기 아동이나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아! 줌마 축제’, 가을에는 음악회를 개최합니다. 평화교회는 ‘비컴센터’라는 문화센터를 내후년에 개원합니다. 비컴센터는 비전과 커뮤니티의 합성어입니다.”

-‘아! 줌마 축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 축제는 광주 지역 아줌마를 위한 축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참가자에게 트레이닝복을 지급해 같은 옷을 입고 한마음이 되게 합니다. 음악회·불꽃놀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떨쳐 버립니다.”

-교회가 국가와 사회의 빛이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돼 일정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면 소멸될 수도 있습니다. 시대에 맞는 사회적인 미션(mission)을 발견하고 충족해야 합니다. 지난 시대의 니드(need)가 채워지고 나면 새 시대에서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기독교의 핵심은 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핵심 진리를 사회에 전파할 때는 빨리빨리 변화해 시대에 맞는 니드를 채워야 합니다.”

사명 감당 못하는 교회는 소멸
-이 시대의 니드는 아무래도 남북통일과 세계화의 도전에서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교회는 ‘성경적 통일’ ‘복음적 통일’을 말합니다. 교회 안에서 통용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교회 밖에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통일 개념을 개발할 필요도 있습니다. 예수의 제자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기독교의 사명은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진리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독교가 들어간 나라들은 굉장한 풍요를 누리게 됩니다. 풍요를 누리게 된 다음에는 또 다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미션 개발이 필요합니다. 정신적인 공허감을 채워 줘야 합니다. 복 받은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회가 알려줘야 합니다.”

-영적인 갈망을 채워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교인들의 영적인 갈망을 채워 주고 이를 어떤 면에서 이용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필요합니다. 영적인 수요를 충족시킨 다음에는 이들을 진리로 훈련하고 세워야 합니다. 그 어떤 고난이나 희생도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성도로 세워야 교회가 지속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교회는 사회적 기능을 담당해야 하지만 그게 본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영적인 힘을 잃으면 도태하게 됩니다. 반면 영적인 힘만 강조하면 지역 사회로부터 도태됩니다. 영적인 힘과 지역 공동체의 소금 역할, 이 두 가지가 모두 살아 있어야 교회가 지속되고 쓰임받는다고 생각합니다.”

-평화교회의 특성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리는 성경 말씀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적용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우리 교회는 남자 신도가 많습니다. 물론 우리가 가부장적인 신앙을 지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남성 지도자들을 양성했습니다. 가장이 말씀으로 변화해야 가정이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목사가 될 무렵 기독교 역사를 7개월 동안 집중해 공부했습니다.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니 교회사에서 한 획을 그은 목사들은 대형 교회가 아니라 한 지역에서 한평생 ‘향기를 낸’ 분이었습니다.

한 민족이나 나라가 건강하려면 중소기업이 건강해야 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소도시에 들어가 건강한 교회의 모델을 수립해야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광주 땅을 선택했습니다. 교회 창설 당시 광주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었습니다. 천막을 치고 개척하며 밥을 굶어 가며 크고 작은 역경을 극복했습니다. 25년이 지나고 보니까 지역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꽤 유명한 목사가 되셨습니다.
“내게 포커스를 맞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목사가 돼 유명세를 보고 신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경쟁의 논리로는 맞는데, 말씀의 논리로는 그게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향기가 없고 섬김이 없습니다.”

하나님을 ‘협박’하는 기도는 안 돼
-기독교에서 구원으로 가는 길은 어떤 길입니까.
“기독교인 중 차곡차곡 훈련받아 생활의 가치관이 바뀌는 성도는 4분의 1이 될까 말까 할 겁니다. 교인이 되기 전 나름대로 수립한 세계관에다 기독교를 접목시켜 믿다 보니 또 하나의 ‘개인 차원의 기독교’가 생겨납니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는 10개월이 전부인 것으로 알지만 세상에 나오면 수십 년의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닙니다. 하나님 관심의 초점은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과 우리의 뜻은 다릅니다. 신앙생활은 하나님을 기도로 ‘협박’해 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하나님께 설득당해서 내가 변화하고 내 인생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나님 안에서 아름답게 살다 가야 합니다.”

-영적 체험을 한 다음에도 삶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베드로는 예수님의 사역을 모두 직접 목격했지만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영적 체험을 하고 나면 우리는 감격하고 주님께 의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말씀 없이 영적인 체험을 하면 체험 당시에는 열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에 걸렸다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고침을 받아도 인격과 신앙이 성숙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적인 체험을 한 사람을 잘 끌어안아 훈련하고 다듬어 성숙한 영혼으로 만드는 게 교회
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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