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0km 모래바람도 ‘악바리’ 그녀를 못 말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첫날 4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김인경이 8번홀에서 드라이브샷 하는 모습. 김인경은 “바람이 불어 거리 측정에 애를 먹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경기를 펼쳤다 ”며 활짝 웃었다. [피닉스 AFP=연합뉴스]

김인경(21·하나금융)은 ‘악바리’다. 키가 1m60cm도 되지 않은 작은 체구에 드라이브샷 거리도 짧은 편이지만 승부 근성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똑순이’란 별명도 얻었다.

27일(한국시간) 열린 J골프 피닉스 LPGA 인터내셔널 대회 1라운드. 사막의 모래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시속 50㎞가 넘는 강풍이 불어 코스 주변에 놓여 있던 의자가 날아갈 정도였다.

김인경은 이런 악천후 속에도 4언더파(이글 1, 버디 5, 보기 3개)를 몰아쳐 단독선두에 나섰다. 대회가 열린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파파고 골프장은 전장이 6711야드나 되는 만만찮은 코스. 드라이브샷 거리가 230여 야드에 불과한 김인경이 선두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인경은 특유의 집중력과 정확한 샷으로 스코어를 줄여 나갔다. 비교적 짧은 18번 홀(파5·475야드)에선 20야드를 남기고 샌드웨지로 칩샷 이글을 뽑아내면서 한꺼번에 2타를 줄였다.

김인경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선 생글생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불어 거리 측정에 애먹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경기를 펼쳤다. 3번 홀에서 3퍼트를 빼고는 전체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경기였다.”

통역없이 유창한 영어로 대답한 김인경은 “퍼트만 잘 된다면 남은 경기에서 해볼 만하다”며 활짝 웃었다.

LPGA 투어에서 3년째를 맞는 김인경은 지난해 10월 롱스드럭스 챌린지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던 유망주. 미국에 진출한 2005년부터 영어를 익히기 위해 3년 동안 TV를 통해 미국 영화와 드라마만 봤다고 털어놓았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라운드 도중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독종이다.

J골프 피닉스 LPGA 인터내셔널은 올 시즌 미국 본토에서 열린 첫 번째 LPGA 투어 대회. 첫날부터 한국 여자골퍼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김인경이 단독선두에 나선 것을 비롯해 신지애(21·미래에셋)와 지은희(23·휠라코리아)·박인비(21·SK텔레콤)도 3언더파를 기록, 크리스티 커(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과 함께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다. 또 김송희(21)·오지영(20) 등도 공동 7위(2언더파)에 오르는 등 8명의 한국 선수가 톱10 안에 들었다.

세계랭킹 1위이자 지난해 챔피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박세리(32)와 함께 이븐파 공동 21위에 올랐다. 버디 3개에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를 기록한 박세리는 “오늘 샷감각이 무척 좋았는데 바람이 워낙 거세 어쩔 수 없었다. 성적은 이븐파지만 10언더파를 친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시속 50㎞의 강풍이 몰아친 탓에 경기 시간이 길어져 10여 명의 선수가 1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

J골프가 2, 3라운드는 오전 7시30분부터, 최종 4라운드는 30일 오전 8시부터 생중계한다.

피닉스=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