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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성]피지 부락근무 자원한 권경애 간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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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봉사라는 말은 적합치 않아요. 그저 주민과 더불어 사는 것이지요. " 한국 청년해외봉사단원으로 현재 피지의 라키라키병원에 소속된 권경애 (權京愛) 간호사 (29) . 25병상의 라키라키 병원은 우리나라에서 60만달러 (약5억5천만원) 를 들여 지어준 병원. 그러나 그녀는 현재 병원근무 대신 의료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오지의 부락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간호업무를 하겠다고 신청 해놓은 상태. "병원근무보다는 부락근무를 하는 것이 제가 이곳에 온 목적에 적합한 것 같아요. 저녁땐 횃불을 들고 다니는 부락들이야 말로 부족한 제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지역이 아닐까요?" 이같은 그녀의 참뜻이 반영돼 금년 12월부터는 부락진료가 가능할 것 같단다.

처녀의 몸으로 낯선 오지의 원주민과 생활하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곳 부락주민들은 원시공동체와 순박한 생활을 합니다.

게다가 성 (性) 이 어느정도 개방된 사회라 강간등의 성범죄는 전무하다고 봐도 좋습니다" 라며 웃는다.

1남2녀의 장녀로 부모의 사랑속에 자라던 그녀의 피지행에 대해 부모의 반대가 극심했을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일수록 간호업무의 영역도 넓고 할 일도 많아 경력 많은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설득했단다.

"간호사는 당연히 주어진 의무인 환자간호만을 해도 좋은 일을 한 것으로 여겨지니 정말 좋은 직업이죠. " 92년 경기간호보건전문대학을 졸업한 후 개인병원 2년, 지방공사 강남병원에서 3년간 간호사로 근무했던 그녀는 피지에 오면서 주위로부터 휴직 권고를받기도 했지만 이곳 일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해 사직을 택했을 정도.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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