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용불안에 사회적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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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겨울은 많은 봉급생활자들에게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전망이다.

기존 취업자의 실업 (失業) 뿐만 아니라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얻으려는 취업예정자에게도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노동시장에 몰아치는 한파는 기업의 감량경영이 그 진원지다.

우선 주요 대기업이 연말 인사에서 실적이 떨어진 부분의 임원을 경영일선에서 후퇴시키거나 재배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감량한파는 불가피하다.

그룹에 따라 다르지만 10%에서 30%까지 임원을 정리한다고 하니 이제까지 실업의 공포를 모르고 지내왔던 직장인들에게도 빙하기가 도래한 셈이다.

한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잇따른 대기업의 연쇄부도와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경영상태 부실로 30대그룹과 금융기관에서만 2만여명 이상이 감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실업률은 올해 8월 현재 2.1%로 아직 낮지만 15~24세까지의 청년층 실업률은 1분기중 8.8%로 높은 편이고 고용의 질적 약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고용불안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경기악화가 나타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금근로자중 상시고용의 비중이 크게 낮아지고 일시고용의 비중은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이밖에도 근로시간단축 등으로 고용의 유연성을 늘리고 있고 그 파급효과가 점차 노동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임금도 오랜만에 한자릿수 상승이 될 것으로 보여 고용안정과 임금상승 축소를 맞바꾸는 이른바 양보협상이 보편화되는 징후가 보인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한데도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대책마련에 너무 둔감하다.

대선에 신경쓰는 사이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고용불안에 무관심하다.

이래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촉진되지 못한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해 인력정보은행과 재교육 및 훈련계획과 같은 인력개발을 대규모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고용보험의 확충과 컴퓨터를 이용한 직장정보망의 정비에 힘쓰고 기업은 유휴인력의 재배치와 재훈련으로 보유인력의 재활용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심각한 고용불안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급적 줄일 수 있는 지혜와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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