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창사특집다큐 '흙' 방송위 지원받아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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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사람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에게 과연 흙이란 무엇일까. 얼핏 보면 그냥 그대로 있는 듯 보이지만 세상의 온갖 생명체를 발아시키는 거대한 비밀이 숨어 숨쉬고 있는 곳. 그 원초적 비밀을 탐구한 프로그램이 SBS 창사특집으로 15일부터 방영된다.

이름하여 '흙' (연출 박흥로 기자) .3부작으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방송위원회로부터 3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은 5편 선정작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기획에 착수, 올해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간 '흙' 의 제작팀은 기본 카메라외에 접사렌즈.망원렌즈.내시경카메라.야간 적외선 카메라.수중카메라.항공촬영.현미경 촬영.인터바로미터 (미속촬영) 등 10여가지가 넘는 특수장비를 동원했다는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이를 이용해 지렁이.노래기.개미.두더지등 각종 토양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찍어냈다.

특히 자웅동체인 지렁이 3마리가 동시에 짝짓기하는 모습, 지렁이 알에서 새끼 지렁이가 부화되는 장면, 지하하등생물인 톡토기들이 지렁이를 죽이는 장면등은 좀처럼 보지 못한 모습들. 또 최초로 먹는 흙을 발견, 그 현장을 공개하고 우리 조상들이 치료제로서 이용해왔다는 황토의 신비를 동의보감.본초강목.향약집성방등으로 풀어 본다.

이와함께 연간 유실되는 흙의 3분의 2가 장마철에 일어나는 우리 현실에서 그 피해들과 대관령 고랭지 유실 현장, 겨울 흙 유실 현상, 흙 산성화등 갖가지 재난을 미리 짚어 볼 예정. 15일 방영예정인 1부 '지하세계의 신비' 에서는 흙에서 태어나 흙속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개미.지렁이.땅강아지.두더지같은 토양동물들의 삶과 죽음, 사랑과 투쟁의 모습이 그려진다.

2부 '흙은 생명이다' 에서는 우리나라 최후의 원시림으로 남아 있는 강원도 점봉산을 찾아 이곳에 사는 홍순정씨의 산속에서의 삶을 들여다보고 아이들에게 흙을 가지고 놀도록 하는 산들 유치원을 찾아가 본다.

또 농약과 비료는 결국 흙을 죽이는 길이라는 것을 알리고 우렁이를 이용한 자연친화농법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마지막 3부 '흙이 사라지고 있다' 에서는 고성 산불현장을 찾아 화재현장의 흙이 어느정도 파괴되어 있는지도 알아 본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보도제작국의 박흥로 기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흙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흙은 조금씩 없어지고 죽어가고 있다" 며 "흙이 병들면 인간도 병든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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