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뉴로칩' 개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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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이 이번에 선보인 뉴로칩은 기계와 생체가 하나로 결합돼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동시에 공상영화에 등장하던 인조인간 제작이 장차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새로 개발된 뉴로칩의 가장 큰 특징은 반도체 칩 표면에서 각기 자라난 신경세포들이 수상돌기를 서로 맞대고 '의사' 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이다.

수상돌기는 신경세포의 핵이 자리잡고 있는 신경세포중에서도 중추부위다.

캘리포니아공대팀은 지금까지 신경세포를 칩 위에 얹어 자라게 하는 정도의 뉴로칩을 만들어 보임으로써 뉴로칩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미 보여왔다.

그러나 파인교수팀은 이번에 단순배양 차원을 넘어 신경세포를 키워낸 뒤 이들을 연계해 하나의 망을 구성해 냄으로써 뉴로칩 개발에 획기적 진전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런 인공신경체계가 신경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머지않아 인공 눈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생명체에서 신경세포를 떼내 이를 반도체칩과 같은 무생물에서 키워내는 일이 가능해짐으로써 머지않아 생명의 신경세포를 신호회로로 이용하는 컴퓨터나 기계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 신경망칩의 경우 신호의 직렬처리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뉴로칩은 신경세포의 특징인 병렬처리가 가능해 신경망칩의 신기원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병렬처리란 담배를 피우면서 얘기하거나 껌을 씹는 것처럼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페터 프롬헤르츠 박사는 "우리 당대에 이런 기술이 실용화되긴 어렵다" 고 신중론을 펴고 있다.

설령 원하는대로 신경체계를 짠다해도 자극이 신경신호로 바뀌는 과정등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진한 상태라는 것이다.

어쨌든 뉴로칩 기술이 유용하게만 쓰이리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중추신경등의 인위적 배양이 가능하다면 시신의 신경을 살려내 사람을 새롭게 창조하는 일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기존의 신경망칩 연구는 부분적으로 있었지만 생체물리학.전자공학.의학.생물학등의 경계를 넘나드는 뉴로칩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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