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내역 보니 … 자기 지역 시·구 의원한테 후원금 거둔 의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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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6일 중앙선관위가 2008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내역을 공개하면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목은 과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후원금을 받은 의원이 있느냐였다. 박 회장은 2006년 열린우리당 의원 20명에게 부인과 직원 명의로 1인당 300만~500만원씩 9800만원을 제공했다가 선관위에 적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엔 박 회장 본인이나 부인·자녀 명의로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은 없었다. 다만 박 회장의 측근인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가 지난해 3월 말 한나라당 김정권(김해갑) 의원과 민주당 김우남(제주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 대표의 동생인 정범영 김해 삼산종합건설 대표도 똑같은 시기에 김정권 의원과 한나라당 안홍준(마산을) 의원에게 500만원씩을 전달했다. 박 회장이 인수한 휴켐스의 직원 임모씨 등 두 명은 민주당 우윤근(광양) 의원에게 500만원씩을 기부했는데, 이 중 임씨는 민주당 서갑원(순천) 의원에게도 500만원을 냈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은 후원금과 박 회장의 관련성은 극력 부인하고 있다.

모금액 1위를 기록한 한나라당 박근혜(대구 달성) 의원의 후원자 명단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김성진 전 문공부 장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 매년 단골 기부자를 비롯,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 김재원 전 의원, 이상희 전 의원, 이상진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조백제 한국디지털대 총장(이상 500만원) 등이 눈에 띄었다.

개인 기부 한도인 2000만원을 채운 사람은 10명이었다.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은 한나라당 이상득(포항 남-울릉)·이병석(포항 북)·권영세(서울 영등포을)·한선교(용인 수지) 의원 등 네 명에게 각각 500만원씩을 전달했다. 정태순 장금상선 대표는 한나라당 김무성(부산 남을)·김영선(고양 일산서)·신성범(산청-함양-거창) 의원과 민주당 정세균(진안-무주-장수-임실) 의원에게 500만원씩을 기부했다. 지난 2월 보건복지가족부의 재산 압류 조치에 항의에 음독 자살을 기도했었던 박순용 여수 성심병원 이사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당 김성곤(여수갑), 주승용(여수을), 이용섭(광산을) 의원에게 후원금을 500만원씩 냈다.

지자체장·지방의원의 ‘보험용’ 후원 논란은 이번에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공성진(서울 강남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시의원·구의원 5명에게 191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한겸 거제시장은 지역구의 한나라당 윤영 의원에게 500만원을, 조용수 울산 중구청장은 한나라당 정갑윤(울산 중) 의원에게 500만원씩을 전달했다. 민주당 강창일(제주갑) 의원은 이례적으로 자신의 의원실 보좌진 세 명에게 136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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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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