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동맹’ 상징 기둥 12개 … 안 의사 감옥 체험장 계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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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순국 제99주기 추념식이 26일 남산 서울교육연구정보원에서 열렸다. 역사음악어린이합창단원들이 안 의사를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1970년 세워진 낡은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새로 짓자는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2004년이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기념관은 나무 한 그루 마음대로 옮길 수 없는 서울 남산공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새 건물 착공은 순탄치 않았다. 결국 순국 99주년인 26일 착공, 의거 101주년인 내년 10월 26일 완공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새 기념관은 기존 기념관에서 남쪽으로 20m쯤 뒤로 물러난 곳에 들어선다. 직육면체 기둥 12개가 지하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다. 안 의사가 거사를 치르기 전 11명의 동지와 손가락을 끊어 결의를 다진 ‘단지동맹(斷指同盟)’을 상징한다. 지상 2층 지하 2층, 연면적 3779㎡ 넓이에 각종 전시실과 분향소·강당·영상실·자료실 등이 들어선다.

새로 들어설 건물에 비하면 기존 기념관은 턱없이 낡고 좁았다. 연면적이 새 건물의 6분의 1 수준인 590㎡. 지상 2층, 지하 1층에 불과했다. 한 차례 보수 공사를 거치긴 했지만 전시실은 여전히 옹색했다. 위는 높고 좌우는 짧은 구조라 천장 가까이에 자료를 매달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기념관은 남산에 놀러 온 사람들이 ‘호기심에 잠깐 들여다보고 가는 곳’이었다. 기공식을 이틀 앞둔 24일 기자가 기념관을 찾았을 때 관람객은 “한국·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보고 왔다”는 커플을 포함해 단 3명뿐이었다.

새 기념관이 들어서면 사정은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호일 관장은 특히 “이전에 불가능했던 연구·교육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손들이 찾아와 안 의사의 사상을 배우고, 익히고, 가슴에 담아가는 곳으로 만들자면 꼭 필요한 기능”이라는 것이다. 김 관장은 이를 위해 “안 의사가 갇혔던 감옥을 재현한 체험 학습장 등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구·교육을 전담할 학예사와 교육가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새로 탈바꿈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재원 마련이다. 기념관건립위는 당초 새 기념관을 짓는 데 15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130억원의 건축비는 국가가 부담한다. 하지만 전시공간을 꾸미는 데 들어가는 돈 20억원은 자체 조달해야 한다. 기념관건립위원회는 이 돈을 국민성금으로 마련하기로 하고 지난해 3월부터 모금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1년간 걷힌 돈은 7억7000여만원뿐이다. 거기다 기념관건립위원회 측은 전시실을 ‘제대로’ 꾸미자면 15억원 정도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목표로 했던 20억원도 다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 추가 모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김한별·이승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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