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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윤정숙씨가 제안한 '생선 통조림 요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경상도 사람들이 생선 좋아하는 건 유명하지만, 특히 제 남편은 하루라도 식탁에 생선이나 젓갈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였어요. 그러니 병원에서 주는 음식이 맘에 들었겠어요?" 주부 윤정숙 (尹貞淑.42.인천시부평구산곡3동현대APT) 씨는 지난 79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2년동안을 정신적.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절' 이었다고 회상한다.

팔과 다리를 심하게 다쳐 큰 종합병원을 찾아 경남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는 정말 암담하기만 했다.

다행히 남편의 생명은 지장이 없었지만, 길고 긴 정형외과치료를 받자니 尹씨도 간병을 위해 당시 세살배기던 큰 딸을 마산의 시어머님께 맡겨 놓은 채 서울생활을 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식사하기가 불편했어요. 환자보호자에겐 음식도 따로 나오지 않는데다 조리시설도 이용하기 힘들었거든요. 게다가 종합병원이라 해도 환자들을 위한 냉장고 하나 없던 시절이었죠. 저는 물론, 음식 제약이 없던 남편도 생선조림쌈 같은 고향음식이 무척 그립더군요. " 尹씨는 반가공 식품인데다 냉장보관도 필요없는 생선통조림에 생각이 미쳤다.

병원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웬만한 양념은 다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당장 꽁치통조림을 사가지고 왔다.

먹기좋게 반토막씩 잘라져 있는데다 익은 상태라 오래 조리하지 않아도 되었다.

남편과 함께 병원 침대맡에 나란히 앉아 싱싱한 상추에 쌈 싸먹던 꽁치조림의 그 맛이란… "남편이 퇴원한 후에도 생선통조림을 종종 이용하곤 해요. 사시사철 구하기도 쉽고 미리 사두었다가 아무때나 꺼내 조리해 먹어도 맛이 변할 염려가 없어 좋더군요. " 생선을 즐기는 것은 세 아이들도 마찬가지. 남편 사업 때문에 인천으로 이사온 뒤로는 일요일마다 회를 먹으러 온식구가 소래포구에 갈 정도다.

그런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도 통조림을 이용해보니 아주 편리하더라고. 식으면 비린내가 나기 쉬워 좀처럼 반찬으로 싸주기 힘든 메뉴가 생선류. 그래서 살이 부드러운 통조림고등어를 뼈째 으깨 고기완자처럼 만들어 토마토캐첩소스에 조려 주었더니 비린내도 덜 나고 영양면에서도 그만이었다.

평소엔 채소쌈과 함께 곁들이면 또다른 별미라고.

김정수 기자

<만드는 법>

◇ 꽁치조림

▶재료 = 꽁치통조림1통 (400g) , 홍고추3개, 풋고추3개, 양파1/2개, 양념장 (간장3큰술, 고춧가루1큰술, 설탕1/2큰술, 다진파1큰술, 다진마늘1큰술, 다진생강 약간)

▶조리법 = ①고추는 얇게 어슷썰기하고 양파는 채썰어 놓는다.

②꽁치를 캔에 담긴 국물째 냄비에 넣고 야채.양념장과 함께 센불에 5분 정도 조린다.

③상추.쑥갓.치커리등의 채소와 쌈장 (된장2큰술, 고추장2큰술, 물엿1큰술, 다진파1큰술, 다진마늘1큰술, 깨소금 약간) 을 곁들여 낸다.

◇ 고등어완자

▶재료 = 고등어통조림1통, 다진당근2큰술, 다진양파2큰술, 다진파2큰술, 계란1개, 밀가루3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식용유 약간, 소스 (토마토케첩4큰술, 우스타소스1큰술, 설탕1큰술, 물엿1큰술)

▶조리법 = ①캔에서 국물은 따라 버리고 고등어만 칼등으로 밀어 살을 으깬다.

②다진 야채들과 ①에 계란.밀가루.소금.후추를 넣고 치댄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완자를 빚는다.

③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완자를 타지 않게 익힌다.

④중간 불에 소스를 살짝 끓이다가 ③을 넣고 굴리면서 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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