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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21세기 10대 과학기술] 3.고온 초전도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꿈의 소재' 라 불리웠던 고온 (高溫) 초전도체 (超傳導體) 의 실용화가 시작됐다.

1986년 스위스 IBM연구소의 베드노르츠와 뮐러박사가 절대온도 (K) 30도 (영하2백43도)에서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는 물질을 발견한후 10년만의 일이다.

(물리적으로 더 이상 온도를 내릴수 없는 저온이 0 (零) K로 영하2백73도이다. ) 온도가 4K (영하2백69도) 근처가 되면 전기저항이 제로 (0)가 되거나 용기에 담겨있는 액체헬륨이 저절로 벽을 타고 오르는등 현실에서는 볼수 없는 상황이 일어난다.

이를 초전도 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을 4K보다 수십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 보여주는 물질을 고온초전도체라고 부른다.

두 박사는 이듬해 바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해 이것이 '세기의 대발견' 임을 입증했다.

(노벨상이 전년도의 업적으로 수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1911년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후 이를 이용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란 주장이 많았으나 극저온을 쉽게 만들 수 없어 공상과학의 소재쯤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상황이 하루 아침에 바뀐 것이다.

고온초전도체 개발이 발표되자 미국.일본등 각국의 학자들이 실용화 연구에 달라붙었다.

우리나라도 세계가 들떠있던 87년말 '고온초전도 연구협의회' 를 결성하고 황무지 개척에 나섰다.

초전도 실용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분야는 초고감도 자기장 센서인 ▲초전도 양자간섭장치 (SQUID) 와 ▲선재 (線材)▲통신용 필터등 신기능 소자 3가지이다.

양자간섭장치는 지구자장의 10억분의1에 달하는 미세자기 (磁氣) 도 측정할 수 있어 뇌나 심장연구에 유용하다.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자기를 측정한 뇌자도 (腦磁圖) 는 뇌기능의 신비를 상당부분 밝혀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계를 활용하면 뇌의 신호전달체계를 알수 있어 양자간섭장치가 '생각을 읽는 창 (窓)' 이 될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 표준과학연구원 박용기 (朴容基) 박사의 말이다.

양자간섭장치는 국내외에서 거의 개발이 끝나 본격 사용을 앞두고 있다.

2005년이면 세계 주요 병원에서 양자간섭장치를 핵심 의료기기로 사용할 것이며 지금의 심전도 측정기는 서서히 사라질 전망이다.

표준과학연구원은 7개의 센서가 달린 고온 초전도 양자간섭장치의 시제품을 제작했다.

LG종합기술원에서도 시제품제작에 성공, 시험적으로 심자도 (心磁圖) 를 측정하고 있다.

양자간섭장치는 비파괴검사.지질조사.잠수함 탐지장비 등으로도 유용하다.

초전도 선재는 손실이 없는 송전이나 고효율 발전기.모터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 연구가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으로 2㎞의 초전도 송전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연구소는 고속정에 초전도 모터를 장착해 소형이고 강력한 출력을 내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고온초전도체는 정보통신용 소자개발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개인휴대통신 (PCS).위성통신등에 들어가는 초전도 필터는 필요한 주파수를 정확히 걸러내 중계국의 수를 20~30% 줄여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초전도 필터는 삼성종합기술원등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첨단분야에서 우리도 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초전도다.

서울대 최진호 (崔珍鎬.화학과) 교수는 기존 이론의 오류를 보여주는 독특한 초전도체 (2차원 복합 초전도체) 를 개발해 미국.일본.스웨덴 등으로부터 공동연구 제의를 받았으며 영국 왕립화학회는 98년 유럽 신물질 심포지엄에 崔교수를 특별 초청하기도 했다.

서울대 김정구 (金廷九.물리학과) 교수는 "2000년에 들어서면 초전도의 실용화를 피부로 느낄 것" 이라며 한국은 실용화에선 미국.일본.독일에 이은 세계4위권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고 밝혔다.

장재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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