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장기화 수돗물 비상…상수원 강알칼리화 소독효과 반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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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6월 이후 녹조 (綠藻) 발생으로 주요 상수원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강 (强) 알칼리성으로 바뀌었으나 각 정수장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알칼리성 물에는 염소를 투입해도 살균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물맛도 나빠진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낙동강 하류 구포지점의 수소이온농도 (PH) 는 상수원수 기준 (6.5~8.5) 을 크게 벗어나 9.2인 강알칼리로 측정됐다.

부산지역 상수원인 물금지점은 8.9, 경남의 상수원인 고령.남지 지점은 8.7등을 기록했다.

10월 중반까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또 8월에는 한강수계 충주호가 9.2를, 7월에는 금강 대청호도 8.6을 나타냈다.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 역시 계속된 녹조로 9, 10월중 8.3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강알칼리성을 띤 원수로 생산한 수돗물은 중화 (中和) 처리하지 않으면 먹는 물 기준 (PH 5.8~8.5) 을 유지할 수 없다.

더욱이 물의 PH가 7.5가 되면 정수장에서 투입한 염소의 살균.소독력이 떨어지기 시작해 8이상에서는 절반 이하가 된다.

염소소독제인 차아염소산 (HOCl) 이 대부분 차아염소산이온 (OCl) 으로 바뀌어 소독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녹조발생은 세균번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독에 더 큰 주의가 필요하지만 수돗물생산 담당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부산의 한 정수장 책임자는 상수원.수돗물의 기준이나 중화약품 사용여부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실제로 낙동강유역 각 정수장에서 알칼리성 중화를 위해 산 (酸) 을 사용한 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부산상수도사업본부 이상훈 (李相薰) 수질검사소장은 "상수원 수질이 알칼리성을 띠면 전 (前) 염소처리나 응집제 첨가로 중화하고 있어 수돗물 생산에 문제는 없다" 고 주장하며 "중화를 위해 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부에 건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대 박성주 (朴成柱) 교수는 "국내 정수장에서 아직까지 알칼리를 중화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며 "응집제는 오히려 를 높이는 작용을 하는데다 녹조가 발생한 상태에서 염소를 많이 쓰면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 (THM) 이 생성된다" 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녹조가 생긴 부 (富) 영양화된 물로 수돗물을 만들지 않도록 상수원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 이라고 강조한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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