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디자인 폰’ 전쟁 불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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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큰손이 된 삼성과 LG가 첨단 디자인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최신호 기사 헤드라인이다.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휴대전화기 세계 2, 3위 업체로 올라선 삼성과 LG가 고객 눈길을 잡기 위해 디자인 개발에 총력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제품 성능은 꽤 평준화된 터라 이제 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느냐가 승부처가 됐다는 것이다. 함영호 LG전자 휴대전화 디자인연구소장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궁극적 목표는 고객들이 감성적으로 우리 제품에 애착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디자인 부문의 박인곤 책임은 “휴대전화는 일개 상품이라기보다 친구처럼 가까운 존재가 됐다”며 디자인 연구 작업을 ‘고객을 향한 감성 여행’에 비유했다.

디자인이 강조되는 건 비단 휴대전화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얇고 광택 나는 검은색 테두리를 적용한 보르도 시리즈와 붉은색 빛이 나는 크리스털로즈 TV로 세계 TV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해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LG전자는 임원급 대우를 해주는 ‘수퍼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등 디자인 중심경영을 통해 초콜릿폰 이후의 성공을 이어갔다.

휴대전화 디자인에서 삼성·LG 양 사의 접근 방식은 판이했다. 삼성은 자연스러움과 단아함(미니멀리즘)을 강조한 데 비해 LG는 기발함과 독창성 쪽에 많이 기울었다. LG가 출시한 초콜릿폰은 MP3플레이어 같은 느낌이 강하고, 미국에서 출시한 로터스폰은 콤팩트 화장품을 닮았다. 포브스는 ‘손목시계 모양의 LG 와치폰은 독창성을 강조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했다.

슬라이드폰과 풀터치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삼성의 소울·옴니아 등과 확연히 대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점차 줄어들 것 같다고 포브스는 전망했다. 삼성이 올해부터 패션과 스타일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삼성이 내놓은 제품들은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삼성 고가 제품군의 올해 대표주자인 울트라터치는 키패드와 본체 옆면에 대담한 붉은 라인을 넣었다. 또 파격적인 마름모 모양의 비트폰도 내놓았다. LG는 금속 재질에 둥근 테두리를 적용한 아레나폰과 투명한 키패드를 장착한 GD900 같은 미래지향적 제품으로 맞섰다. 노력의 결과는 소비자들이 판정할 것이라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함 소장은 “가격만 따져서 휴대전화을 사는 시대는 지났다. 좀 더 마음을 끌고 감성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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