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살아있는 중세 유럽 전통…독일 레겐스부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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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레겐스부르크시를 관통하는 도나우강 한가운데 오래된 돌다리 하나가 있다.

1146년에 건축된 슈타이네르네 석교 (石橋) .8백50여년이 된 이 다리는 지난해부터 보행자와 택시·버스외에 일반 승용차는 다닐 수 없다.

다리 보호를 위해 시민 전체투표에서 60%의 찬성으로 통행금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택가와 도심을 곧바로 연결하는 간선도로인 이 다리가 막힘에 따라 시민들은 매일 2~3㎞씩 차를 우회시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게됐다.

그러나 불편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통행금지' 는 철저히 지켜진다.

자신의 것을 보호하려는 이같은 독일인들의 노력은 레겐스부르크에서 더욱 돋보인다.

신성로마제국시절 레겐스부르크가 한때 쾰른과 함께 독일의 2대도시일 정도로 내력이 깊을 뿐더러 타 도시에 비해 그만큼 지켜야될 것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 부시장인 힐데가르트 앙케 (73) 씨. 백발이 성성한 이 노부인은 "레겐스부르크에선 모든 것이 진짜" 이라고 자랑한다.

2차대전중 폭격으로 인해 뉘른베르크.뮌헨등이 도시의 90%가 파괴돼 태반이 사라졌지만 이곳만은 전화가 비켜갔기 때문. 1254년 건축이 시작된 대성당은 여전히 뾰죽한 고딕식 지붕을 도나우 강변에 드리운 채 매15분마다 종소리를 울리고있다.

도심의 집들도 좀 오래됐다 하면 5백년이고 비교적 '최근' 이라도 1백~2백년은 간단히 넘는다.

창문을 둥그렇게 한 바로크식이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 건물에서 우편봉투모양의 문양을 벽에 상감으로 새겨넣은 르네상스식이 발견된다.

시 전체가 유럽문화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어떤 집은 가탑 (家塔) 을 망루처럼 높직히 쌓아올리기도 했다.

한때 도나우강을 타고 이탈리아까지 오가며 소금무역으로 유럽의 상권을 휘어잡던 이곳 거부들이 재력과시를 위해 경쟁하듯 쌓아올린 기념물들이다.

레겐스부르크의 관광인원은 약50만명. 한국인은 지난해 고작 6백명이 다녀갔다.

그나마 고건축이나 유럽문화에 관심있는 전공자 또는 학생이 대부분. 이곳 관광처장인 알프레트 헬브리히 (44) 는 “레겐스부르크는 주마간산식 단체관광보다 개인단위의 감성여행이나 목적관광에 더 적합한 곳” 이라고 말한다.

“도나우와 유럽문화를 제대로 보기엔 여기보다 나은 곳이 없다” 는 것이다.

레겐스부르크 (독일)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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