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나우] “렌터카보다 싸고 편리” 일본 카셰어링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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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40대 회사원 사토 에이켄(佐藤英憲)은 지난해 자동차를 처분했다. 대신 카셰어링 회사에 회원 등록을 했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내 차처럼 차량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토는 “용도에 따라 소형에서 중형까지 골라 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등 일부 유럽 지역에서 지하철·버스 다음으로 대중적인 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카셰어링(car sharing)이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도 소유 개념에서 이용 개념으로 바뀌면서 차량을 공동 이용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교통 에코로지 모빌리티 재단에 따르면 일본의 카셰어링 회원은 6400명가량으로 1년 전의 두 배로 증가했다. 이용자가 늘자 최대 주차장 업체인 파크24가 최근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드는 등 20여 개 기업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이 도심의 여러 곳에 카셰어링 자동차들을 모아 놓은 주차창을 마련하면 이용자가 한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몰고 목적지까지 간 뒤 부근의 카셰어링 주차장에 세워 두는 방식이다. 고객은 기업에 회원 등록을 한 뒤 집적회로(IC) 카드나 휴대전화에 입력한 전자열쇠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 15~30분가량 차량 이용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요금은 15분에 160엔 정도. 회원은 매달 1000엔가량의 회비를 내지만 자동차 보험료, 차량 검사 등 유지관리비가 들지 않는 데다 소유에 따른 행정적인 번거로움이 없다.

최대 업체인 오릭스자동차 측은 “렌터카는 최소 6시간 빌려야 하지만 카셰어링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주차장은 주로 역 주변에 배치돼 있어 교통 연계성도 뛰어나다. 정보 사이트 ‘올어바웃’은 “5년 동안 120만 엔짜리 소형 자가용을 소유한 경우와 카셰어링으로 매달 17시간 이용한 경우를 비교하면 관리비용만 절반 이상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환경에도 도움이 되므로 도쿄 아라카와(荒川)구는 카셰어링 회원에게 5000엔을 보조해 주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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