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의 힘] 목표 세우니 휴대전화 관심 없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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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혼자 공부하는 아이.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성적이 오르는 아이. 꿈이 있어 모든 일에 적극적인 아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공부에 재미도 느낀다.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실천한다. 서울여고 3학년 김동희양과 삼각산중 2학년 유희진양은 지난해 학교를 통해 접한 이 프로그램으로 공부의 재미를 찾았다.

김동희양 “학습일지 쓰고 기말고사서 대박났어요”

4개월 만에 국어 전교 100등에서 1등, 경제 3등급에서 1등급으로 급상승. 지난해 고2 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표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김양은 “혼자 공부했다면 믿겠어요. 학교 공부로 충분해요. 이제 학원 다니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고2 때 김양을 지도한 정경화(36) 교사는 “지난 2학기 동안 학교에서 시범 실시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덕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김양이 학교에서 배운 자기주도학습법의 핵심은 일종의 일기 쓰기다. 학교는 고2 학생 중 희망하는 12명 학생에게만 ‘탁월함의 자기 성찰 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연·월·주·일 등을 주기로 매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획표다.

김양은 처음에 오전 6시15분을 기상시간으로 정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3일 이상 ‘X’ 표시였다.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간식시간도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김양이라 실천하는 데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스스로에게 감사·칭찬을 적는 칸에는 오히려 반성의 내용이 더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차 규칙이 몸에 익기 시작했다.

김양은 “하루에 고작 1~2분 하는 수면학습이 그렇게 큰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날 공부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잠들기 바로 직전에 떠올리는 학습법이 수면학습법이다. 수능시험 시간표에 맞춰 같은 시간에 같은 과목을 공부한다는 기본계획도 습관화되면서 실력이 쌓여 갔다. 결국 기말고사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 일지를 작성하고부터 김양의 생활은 기계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규칙적이 됐다. 정 교사는 “자기주도학습의 성패는 일지를 얼마나 충실하게 작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똑같은 시간을 공부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필요한 시간만큼 충분히 공부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게 하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사가 말하는 자기주도학습은 한마디로 ‘버리는 것’이다. 공부에 방해되는 습관을 버리고 공부 외에 당장 하고 싶은 취미도 하나씩 버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희진양 “어려웠던 암기 과목 자신감 얻었어요”

유희진(삼각산중 2)양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으로 암기과목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아무리 해도 외워지지 않았어요. 공부 방법을 몰라 자신감도 없어지던 차에 선생님께서 추천하셨죠.”

중간고사에서 ‘양’이었던 사회과목 성적이 기말고사에서 ‘우’로 높아졌다. 수업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필기하느라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독서실에 간다고 집에서 나와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기 바빴던 휴일에도 이제는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유양을 변화시킨 것은 학교에서 진행한 ‘기초탄탄 학습짝고리’ 프로그램. 아직 학습 습관이나 목표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은 중학생에 맞춰 학교에서 개발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이다. 유양은 이를 통해 난생 처음으로 목표를 글로 써 봤다. 학교에서 시켜 마지못해 짜던 일일 시간 계획표도 고민을 거듭한 끝에 스스로 만들어 냈다.

공부에 자신이 생기다 보니 학교 생활도 즐거워졌다. 이제는 학교 수업이 끝나도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는다. 자기주도학습 담당인 김치영(41) 교사의 교무실 책상 옆에 자신의 책상을 가져다 놓고 매일 1시간씩 복습하고 갈 정도다.

지난 학기 유양의 담임이었던 김 교사는 “희진이는 집중력이 떨어져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우선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워킹메모리(기억력), 행동 억제, 주의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 교사를 비롯한 3명의 교사가 2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프로그램은 학습효과를 인정받아 4월에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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