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언어가 힘이다 <2> ‘중국판 토익’ BC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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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자녀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라는 겁니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지난해 2월 한국에 와서 한 말이다. 그는 또 “앞으로 미래의 지도자들은 중국어를 해야 한다”며 “차라리 영어보다는 중국어를 배우는 게 더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2007년 12월 호주 총리가 된 케빈 러드는 호주국립대 중국학과 출신으로 중국어에 능숙하다.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어 이름도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도 중국어에 능통하다.

글=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사진=김상선 기자

20세기가 영어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중국어의 시대란 얘기도 나온다. 외국인이 과거 중국문화를 알기 위해 중국어를 배웠다면 최근엔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위해 중국어를 공부한다. 중국어 학습도 이런 추세 변화에 맞춰 문언 위주에서 실용 비즈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의 국가 공인 실용 중국어 시험인 상무한어고시(商務漢語考試·BCT)를 해부했다.

상무(商務·Business)

기원전 1600년께 하(夏)나라 걸(桀)왕을 폐하고 탕(湯)왕이 세운 나라가 상(商)이다. 은(殷)나라로도 불리며 중국 역사상 실재한 최초의 왕조로 여겨진다. 농업을 바탕으로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장사치를 일컫는 상인(商人)은 당시 주변 국가에서 상나라 사람을 일컫던 말에서 유래했다. 중국인은 타고난 장사꾼이다. 박한진 KOTRA 베이징무역관 차장은 “중국인은 돈 벌 방법이 무한하다는 전도무량(錢途無量)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경제 규모 세계 3위, 무역량 2위, 외환보유액 1위인 중국과의 비즈니스 성공 여부는 언어에 달렸다. “중국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경제만 알아서는 안 됩니다. 정치와 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흐름을 알아야 하지요. 그리고 그 시작은 언어입니다. 언어능력이 있어야 중국을 중국인의 시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중앙일보가 지난 13일 주최한 ‘한·중 인력관리 세미나’ 참석차 서울에 온 천민(陳珉) 중즈(中智) 인력자원관리자문공사 부사장의 말이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의 왕링(王玲) 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 조장은 지난해 “중국의 경제력이 향상되자 중국어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생겼다”며 중국의 경제 영향력 증가와 비즈니스 중국어 발전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했다.

BCT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중국어 능력에 대한 테스트다. 따라서 BCT에서는 모집 공고, 부동산 광고, e-메일 작성법, 은행계좌 개설 등과 같이 각종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능력을 측정한다. 이에 따라 말하기 영역 문제는 “다음 주 금요일 당신 집에서 만찬을 주최할 예정이다. 사무실 동료에게 만찬의 시간과 장소, 참가 인원, 내용을 담은 초대 음성메시지를 남겨라”거나 “당신은 휴대전화 판매 사원이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을 홍보하라”는 식으로 출제된다. 쓰기 문제는 ‘어떨 때 양복을 입나’라는 질문에 대한 1995년과 2005년 설문 조사 결과 그래프를 제시한 뒤 10년간의 사회 변화를 기술하라는 식이다. 김현철 연세대 중문학과 교수는 “BCT 도입에 따라 지금까지의 중국어 교육 방향이 어법과 독해 중심에서 쓰고 말하기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어(漢語·Chinese)

13억6900여만 명(중국·대만·홍콩·마카오 인구) 대 4억2700여만 명(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 인구). 중국어와 영어를 각각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에 대한 미 CIA의 자료 수치다(2009년 1월 기준). 지난 12일 중국 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약칭 한판·漢辦)의 쉬린(許琳) 주임은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숫자가 4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중국에서 출판된 ‘중국의 언어’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56개 민족 130종류의 언어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베이징 지방의 표준어인 만다린이 바로 한어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경기종목인 픽토그램(Pictogram)은 한자 전서체(篆書體)를 기반으로 도안됐다. 올림픽 엠블럼도 한자 인(人)+문(文)+경(京)을 섞어 만들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중국어 보급 전진기지인 공자학원은 현재 81개국 256곳에 이른다. 한어의 세계화는 소프트파워(軟實力)를 강조하는 중국의 핵심 대외전략이다.

고시(考試·Test)

중국은 인재를 시험으로 선발하는 과거(科擧)제를 만든 나라다. 605년 수양제(隋煬帝)가 시작해 청나라 말기인 1905년 폐지될 때까지 1300년 동안 시행됐다. 시험에 관한 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BCT는 중국 국가 주관의 표준화된 검정 시험이다. 베이징대를 주축으로 22개 대학이 참여해 2003년 9월부터 3년간 문제를 개발했다.

BCT는 매회 시험마다 문제를 새로 출제한다.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는 여타 시험과는 다르다. BCT 시험 결과는 다섯 등급으로 구분된다. 주요 외국어 인증 시험이 모두 5단계 구분법을 채용하는 것과 궤를 같이했다. 등급과 함께 점수도 증서에 표기되므로 변별력에는 문제가 없다. 듣기·독해 영역에서 영역 간 점수 폭이 한 등급을 넘어선 안 된다. 초과할 경우 기준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의 증서가 발급된다. 시험은 약속이다. 개발 과정, 평가 내용, 시행 관리, 시험 준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한국BCT사업본부의 웹사이트(www.bctkorea.co.kr)를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된다.

BCT 관련 자주 묻는 질문

-BCT는 무엇의 약자인가.

“Business Chinese Test를 줄인 말이다. 중국어 명칭은 상무한어고시(商務漢語考試)다.”

-BCT는 어떻게 접수하나.

“BCT홈페이지(www.bctkorea.com)에서 시험 접수가 이뤄진다. 전화나 우편 접수는 불가능하다. 접수할 때 증명사진 파일(jpg양식)이 필요하며, 접수된 내용은 타인으로 변경이 안 된다.”

-듣기·독해, 말하기·쓰기는 한 번에 모두 응시해야 하나.

“BCT는 4과목으로 구성되지만 듣기·독해, 말하기·쓰기 두 부분으로 나뉜다. 듣기·독해, 말하기·쓰기는 각각 응시할 수도 있고 한 번에 모두 응시할 수도 있다.”

-BCT 증서와 성적표의 유효기간은.

“시험 성적은 시험 당일부터 2년 동안 유효하며, 2년이 지난 성적은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BCT를 도입한 국내 기업은.

“지난 21일 치러진 시범 시험에 삼성전자·금호아시아나 등 5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SK텔레콤은 이미 2007년 12월과 2008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직원들을 대상으로 BCT 특별 시험을 치렀다. 앞으로 많은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과 주재원 선발 때 채택할 예정이다.”

-BCT 준비는 어떻게 하면 좋나.

“중앙일보 섹션에 연재되는 BCT 중국어를 참고하면 좋다. BCT 실전테스트, BCT 단어집 등 교재들도 속속 출판되고 있다. 중국어 학원에 개설된 BCT 강좌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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