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정상그룹 '메탈리카' 명예회복 벼른다…새음반 '리로드'내달 발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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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내 음악은 존재하지 않았다”

존 레논이 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남긴 말. 이 말을 국내 메탈 뮤지션이 되풀이했다면 그 한없는 존경의 대상은 바로 메탈리카다.

'90년대의 레드 제플린' 으로 불리는 메탈리카는 지난봄 크래쉬.노이즈 가든등 국내메탈밴드들이 '엠 아이 메탈리카?' 란 트리뷰트음반을 헌정할 정도로 전세계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그룹. 그 메탈리카가 오는11월17일 전세계 동시 신보발매 (국내포함) 를 앞두고 벌써부터 큰 화제를 몰고있다.

7번째인 신보의 가장 큰 화제는 화끈한 변신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렀던 전작 '로드 (Load)' 와 어떻게 다른 내용이냐는 것. 신보는 극소수 언론매체를 제외하고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있고 '리로드 (Re - Load)' 란 제목만 공개됐다.

이것만 보면 전작의 재탕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메탈리카측은 “완전히 대등한 힘이 실린 독립된 작품” 이라 힘주어 말하며 “원래 '로드' 를 더블앨범으로 내기로했다가 시간부족으로 실패했다.

그때 못넣은 곡들을 중심으로 만든 전혀 새로운 음반” 이라 덧붙였다.

'로드' 의 실험이 워낙 파격적이었기에 팬들은 신보를 메탈리카의 향후방향을 결정해주는 마지막 이정표로 여기고 귀를 바짝 세우고있다.

'로드' 는 82년 데뷔때부터 메탈리카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스래시메틀에서 크게 벗어난 말랑말랑한 음악으로 팬들을 실망시켰었다.

슬래시메틀은 해머를 두들기듯 저돌적이고 반복적인 기타.드럼과 울부짖는듯한 보컬이 끊임없이 긴장을 일으키는 장르. 너무 극단적이어서 대중적기반이 취약하지만 메탈리카만은 속도감있는 연주와 무게있는 음향으로 5집 '블랙앨범' 을 9백만장, 다른 음반도 6백만장 이상씩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런데 지난해 내놓은 '로드' 는 헤비메탈의 문외한이라도 듣기쉬운 편안한 소리들을 늘어놓는가하면 상당수 메탈팬들이 싫어하는 올터너티브적 요소를 집어넣은 돌연변이였다.

“다시는 음반을 안사겠다” 는 골수팬들의 저항이 잇따르자 메탈리카는 “특정 장르에 묶인 음악은 하지 않는다” 고 해명했지만 판매고는 4백만장에 그쳤다.

따라서 신보는 단순히 팬들의 관심을 넘어 메탈리카로서도 명예회복의 일대기로가 되는 셈. 본보 사전취재 결과 신보는 슬래시메탈을 비롯한 메탈적 요소로 회귀한 것이 명백했다.

'퓨얼' '애티튜드' '픽서' 등 3곡은 전형적인 슬래시메틀 넘버이며 나머지 10곡은 7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옮긴 복고풍메탈이다.

멤버 전원이 기타를 팬더 스트라토 캐스터에서 깁슨으로 교체했는데 깁슨은 블루스풍의 늘어지는 분위기의 메탈연주에 적합한 기타. 음반사 관계자는 “업템포 - 미드템포 - 업템포 구성에 듣기쉬운 멜로디라인이 딥퍼플의 '파이어볼' 을 연상시킨다” 고 신보의 냄새를 전했다.

또다른 화제는 믹재거의 60년대 애인으로 이제는 50줄에 접어든 여가수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백코러스를 맡은 것. '메모리 리메인스' 에서 그녀는 마녀처럼 웅웅대는 스캣으로 노래를 받쳐주고있다.

난데없는 캐스팅에 대해 메탈리카측은 일체 함구하고있는데 관계자들은 “화제를 노린 상술일수도 있지만 노래제목을 볼때 흘러간 선배에 대한 애정을 화음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리로드' 는 메탈리카의 변신을 원하지않던 골수팬들을 안심시켜주는 회귀형 앨범이다.

그러나 슬래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복고적 요소를 많이 도입한 것은 “우리는 어떤 음악도 하고싶은대로 할 수 있다” 는 그들의 항변을 은근히 대변하는 듯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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