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지상 백일장 심사평…삶의 서정성 아름답게 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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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좋은 시조는 어떤 것일까? 이것은 좋은 시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시조가 정해진 틀이 있다고 해서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아주 그릇된 인식이다.

물론 좋은 시를 쓰는 것도 어렵지만 좋은 시조를 쓰는 것은 더 어렵다.

이중의 고통이 수반된다.

정해진 형식 안에 오늘의 삶이 용해되어 무한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시조는 점점 복잡화되어가는 현대생활 속에 가장 경쟁력 있는 장르가 될 것이다.

응모된 작품을 보면서 선자 (選者) 들은 우선 응모작품 수가 많은 점에 놀랐다.

중앙일보에서 펼치는 이 운동이 굳게 자리잡아 큰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모된 작품에는 더러 형식에서 크게 어긋나는 경우도 있고, 아직도 17~18세기 얘기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오늘의 삶을 정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역작들이 많아 흐뭇하였다.

그 중에서 서연정씨의 '꽃밭에서' 는 단연 돋보였다.

특히 할머니의 생애를 해바라기 씨방과 비유하여 '곧 쏟아질 듯' 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높은 서정성과 시적 상상력을 읽을 수 있었다.

조영자씨의 '고사리 장마' 는 제주 4.3 항쟁의 아픈 기억이 '장마' 로 은유되어 잘 드러나고 있었고, 하종기씨의 '임진강 2' 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깊이 있게 갈무리되고 있었다.

이충식씨의 '능소화' , 황병길씨의 '落水방울 앞에서' 의 작품은 묘사가 적절하였으며 최양숙씨의 '다산초당' 은 두번째 수에서 시대를 보는 안목이 예리하였다.

분발해주기 바란다.

이외에강문일.김태훈.김승봉.김숙진.하현진.이수경.이순자.박정윤.최현숙.김창원.김화란.윤정숙.이혜자 제씨의 작품들도 일정수준에 다다르고 있었음을 밝혀둔다.

<심사위원 : 조오현·이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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