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금융주 투자 시점 … 신흥시장 먼저 뜰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그 나라의 거시경제 전망이 어떤지, 은행 시스템이 안정적인지를 따져 종목을 선택합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 은행주엔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탈 엘로이야(사진) 펀드매니저는 23일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피델리티 글로벌금융주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는 “지금이 금융주에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지만, 당장 한국의 금융주는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회복되기 직전 자산가격이 안정화되면서 금융주가 가장 먼저 회복된다”고 했으나 한국의 은행들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선진국보다는 이머징 시장 금융주가 먼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많이 편입하고 있는 종목은 무엇인가.

“재보험사와 증권거래소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재보험사는 보험사의 부족 자본을 제공하는 회사다. 따라서 요즘처럼 보험사의 자본이 부족할 땐 수익률이 높아진다. 증권거래소는 증시가 회복될 때 가장 먼저 살아나는 곳이다. 현금이 많고 독과점이 보장되기 때문에 수익률도 높다.”(※피델리티 글로벌금융주펀드는 재보험사인 뮌헨리·파트너리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의 편입 비중이 높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은 어디라고 보나.

“브라질 은행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브라질 시장은 자본이 넘치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있지만 장기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인도 시장도 전망이 좋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인도의 새 정부가 계속 재정적자를 줄이는 정책을 취한다면 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처럼 통화량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국가는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한국 금융주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은행 시스템이 아직 튼튼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통 한 나라의 예금이 대출을 뒷받침해 주는 게 이상적이다. 한국의 경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100%가 넘는다. 은행이 해외의 저축에서 일부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1년반 전 한국은행의 예대율을 보고 ‘매도’ 의견을 정했다. 한국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를 분석했었다. 좋은 주식이지만 주가가 조금 비싼 편이라 투자하지 않았다.” (※지난달 국내 13개 은행의 예대율은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를 예금에서 제외했을 때 118.8%다.)

-앞으로 한국 금융주에 투자할 가능성은 있나.

“물론 있다. 다만 한국은 산업재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먼저 회복돼야 경기 회복이 가능한 구조다. 따라서 경기 사이클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또 한국의 은행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씨티그룹을 비롯한 금융주가 반등하고 있는데.

“아무리 씨티그룹 최고경영자가 ‘1분기 실적이 나아졌다’고 말해도 실제 대차대조표의 항목을 보고 결정하겠다. 금융주는 블랙박스 같아서 그 속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