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정부 마지막 정기국회 파행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영삼정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엉망이 돼버렸다.

대선이라는 요인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해온 터지만 여권이 내분에 휩싸이면서 정국전체가 표류하기 때문이다.

'빗나간 정쟁 (政爭)' 의 후유증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 국회무기력증 = 통일분야등 대정부질문이 있던 25일 국회본회의장에는 한때 10여명의 의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답변을 준비중이던 정부관계자들은 "이럴수가…" 를 연발했다.

자민련의 구천서 (具天書) 부총무는 "명색이 정부를 추궁한다는 국회질문이 부끄럽다" 고 토로했다.

그나마 여당의 지정기탁금제 폐지방침으로 정치개혁입법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밖의 중요 현안들은 여권내부의 갈등과 여야의 대립.이해관계가 엇갈려 제대로 처리될만한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 실종된 당정협의 = 지난 19일 신한국당과 정부는 증시대폭락에 따른 당정대책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후로는 단 한건의 당정협의나 당정간담회가 없었고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이회창총재의 신한국당이 일전불사를 각오한 듯한 정국 상황에 미루어 당분간은 당정회의라는 단어조차 찾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당 고위정책관계자는 "당이 진공.혼란상태라서 이번주에도 한건의 당정회의나 간담회 계획을 잡지 못했다" 고 밝혔다.

당장 시급한 내년도 추곡가와 관련한 협의에 관심을 기울이는 고위층은 없다.

◇ 여당내 혼선 = 신한국당의 주류.비주류간 다툼은 각종 정책방향에 대한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재경위의 경우 나오연 (羅午淵) 제2정조위원장등 이회창총재측 여당의원은 기아사태해결에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반면 비주류측 의원들은 경제논리의 우선을 주장한다.

李총재측 의원들은 기아사태를 '화의' 로 해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일부 비주류의원들은 '법정관리' 를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강경식 (姜慶植) 경제부총리가 세계경제포럼 참석차 홍콩을 방문한 것을 두고도 주류측이 "한가하다" 고 비판하자 비주류는 "국제화시대에 무슨 말이냐. 자꾸 나가 한국의 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고 나서는등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교육.농정.노인공약등 대선을 앞둔 각종 정책모임에 비주류의원들이 아예 참석조차 않는 중이다.

정책입안과 조율이 안되면서 현안처리에 대한 시각도 혼란스럽다.

이해구 (李海龜) 정책위의장은 "금융개혁관련 입법안은 국제사회의 신인도를 감안, 이번 국회에서 밀어붙이겠다" 는 입장인 반면 목요상 (睦堯相) 총무는 "금융개혁안등 중요법안에 대해서는 합의해야 하므로 굳이 표결처리할 생각이 없다" 고 반대했다.

전영기.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