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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한국 - 칠레 무역 늘어 큰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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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들어 한국 내에서 칠레 와인의 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나 늘었답니다. 한국.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이 크죠."

25일 이임하는 페르난도 슈미트(50) 주한 칠레대사는 "4년 간의 임기 내내 FTA의 성공적인 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와인뿐 아니라 FTA가 발효된 4월 이후 양국의 교역이 60%가량 증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FTA는 경제적 영향만 끼친 게 아닙니다. 4년여에 걸친 협상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된 두 나라가 정치.외교면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거든요. 그 결과 지난 2월 15일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내 칠레 방문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이 대사로서의 첫 부임지였던 그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내가 가진 모든 열정을 발휘했다"면서 FTA 외에도 양국 정부가 이중과세방지협약을 체결하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정보기술(IT)연구센터를 공동 설립하는 데 조정자 역할을 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한국과 칠레는 비행기로 30시간이 걸릴 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산을 사랑하고, 시를 즐기는 국민성이 그렇지요."

슈미트 대사는 "(칠레와 달리) 한국에선 모든 일이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게 차이점인데, 요즘은 칠레 사람들도 경제 발전을 위해 '빨리 빨리'정신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며 웃었다.

칠레 발파라이스 가톨릭대와 산티아고 가톨릭대에서 각각 스페인어문학과 법학을 전공한 뒤 외교관이 돼 독일.스페인 등에서 근무했던 그는 25일 부산항에 들르는 칠레 해군함정 '에스메랄다'호를 타고 중국 상하이(上海)를 거쳐 다음 부임지인 호주로 향한다.

"정든 한국을 떠나는 것이 나와 내 가족에겐 큰 슬픔"이라는 슈미트 대사는 "다섯째인 아들 산티아고(그는 여섯명의 자녀를 뒀다)는 엉엉 울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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