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절묘한 사이드스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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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4보 (55~72)]
黑.조한승 7단 白.안조영 8단

국면은 팽팽하게 흘러가고 있다. 초반 우하의 바꿔치기 때 잠시 불길이 솟아오르는 듯했으나 그 이후 얼음처럼 냉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바둑은 아주 사소한 움직임조차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승부가 새털 같은 차이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로 이 무렵 64로 백돌이 날아들었다. 신경 안쓰고 가볍게 던져본 수 같지만 실은 음모(?)가 담긴 수.

A로 받으면 그 순간 백은 B로 젖혀 이을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흑은 쉽게 지고 만다.

조한승7단은 65로 붙이고 67로 뚝 끊는다. 병력이나 배치로 봐 충분히 일전을 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68의 사이드스텝이 날카롭게 의표를 찔러온다.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응수가 난감한 고약한 수다. '참고도1' 흑1로 받는 것은 백2, 4로 돌파돼 더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다.

69로 몰고 71로 잇는다. 백이 가볍게 버리려는 돌을 무겁게 만드는 수순이다. 좌변은 돌파되더라도 중앙에서 대가를 구하려고 한다.

그런데 70으로 '참고도2'처럼 뒤로 돌려치는 수는 없을까. 안조영8단은 이 질문에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빵때림까지 주어가면서 한점을 잡아봐야 무슨 낙이 있겠느냐는 뜻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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