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야생동물 보호구역…이국생활의 고독·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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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데뷔작 '악어' 로 비교적 호평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프랑스에서 모두 촬영한 야심작 '야생동물 보호구역' 을 내놓았다.

서구 문화의 한 종주국인 프랑스에 흘러 들어와 물 위의 기름처럼 떠도는 이방인들의 모습이 마치 동물원 우리에 갇힌 야생동물처럼 측은하다는 게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내용이다.

동물처럼 지저분하게 살아가는 이방인들은 환락가와 뒷골목에서 나쁜 짓을 해가면서 연명한다.

뿌리뽑힌 존재들은 결국 인간적인 정을 배우게 되나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프랑스인들과 프랑스어가 상당 부분 등장하는 이 작품은 영화속에서 프랑스인과 이방인들의 관계가 그런 것처럼 연기나 장면설정 등 작품성도 어정쩡하고 마찰을 일으킨다.

종래의 해외로케 영화와는 달리 프랑스를 체험했던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밑바닥 인생의 삽화들을 재현해 냈으나 나열에 그쳤을 뿐 논리적 연결이 엉성하다.

프랑스의 마피아들이 등장하는 대목에선 영화가 블랙코미디로 바뀌는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부자연스럽다.

특히 비열한 남한 청년 (조재현) 과 탈출 북한인 (장동직) 이 외국에서 만나게 된다는 심각하고도 거창한 국면들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점은 최민수 주연의 '인샬라' 와 마찬가지였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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