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어린이 경제교육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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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으로 아이 학교성적 올려요.” 주부 허미경(42·여·경기도 분당구)씨는 매일 아침 신문 경제면을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다. 중요한 경제뉴스를 스크랩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허씨는 “지난 2월 현재 초·중학생들이 취직할 때 필수적으로 경제이해력인증시험을 봐야 한다는 뉴스를 봤다”며 “내년부터 초·중·고 경제수업도 강화한다고 해 요새 엄마들 사이에 경제교육이 최대관심사”라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어린이 경제 교육을 알아봤다.

그래픽= 프리미엄 김미지 기자 /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엄마와 함께 주식회사 만들어요
 지난 14일 일산에 위치한 한국예탁결제원 내 어린이 경제교육실. 조별로 신규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활동이 한창이다. 조성빈(10·사진서울 연가초4)군이 단상에 올라 ‘태양열자동차’ 사업개요를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했다. 서보성(조사연구팀 과장)강사가 “수익이 적어 배당금이 낮지 않을까요”라고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다. 조군은 “원가를 절감해야겠다”며 다시 조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에 들어갔다.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이 강연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행된다. 예약해도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 증권박물관 이경훈 차장은 “경제교육을 강화한다는 정부발표 이후 경제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며 “신청 인원을 늘리고, 경제교육 전문재단 설립도 4월 중 추진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영주(42·여·서울 서대문구)씨는“투자와 사업주 관계를 아이가 직접 체험한 것이 유용했다”며 “내년에 학교에서 배울 경제수업에 오늘 강연이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경제공부해요
 학교의 어린이 경제교육 열기도 뜨겁다. 한국은행이 각 학교를 방문해 실시하는 ‘청소년 경제강좌’는 작년 이맘때 대비 신청학급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은행 교육개발팀 조미경 조사역은 “개별적으로 한 학급씩 신청했던 작년과 달리 한 학교에서 여러 학급이 한꺼번에 신청하고 있다”며 “인기가 높아 올해에만 600회의 강좌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좌는 한국은행의 화폐 발행 기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기순환구조 등 실제적 사례 위주로 이뤄진다. 수업을 신청한 서울 홍은초 김예지교사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중요한 경제이론을 잘 설명해 주위 동료교사에게도 강좌신청을 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업을 들은 김기홍(12·서울 홍은초6)양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오늘 처음 들었다”며“뉴스에서 경기침체라는 말을 몰랐는데 이제 뜻을 알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정에서 아이들과 ‘자본시장법’ 대화 나눠요
 허미경씨가 용석현(13·성남 정자중1)·석규(10·성남 신기초4)형제와 즐겨 하는 경제 공부법은 ‘가족 스크랩’. 중요한 경제뉴스를 서로 스크랩해 경쟁적으로 알려주고 그에 관해 질문한다. 허씨는 “먼저 아이들에게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해준 후 기사를 읽게 한다”며“경제흐름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이들의 생각하는 틀이 전세계로 확대된다”고 경제교육의 장점을 설명했다.

 아이들도 틴틴경제 등 어린이 경제신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잘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스크랩해서 엄마에게 달려온다. 허씨가 요즘 아이들과 주로 얘기하는 경제뉴스는 ‘자본시장법’. 허씨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경제이론을 제대로 설명해주기 위해 6개월전부터 집 근처 학원에서 경제교육도 직접 받고 있다.

 허씨는 가계 경제 사정도 자녀에게 공개했다. 작년 겨울 이사를 앞두고 가족회의를 소집,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와 새로 이사갈 아파트의 가격차, 그로 인한 대출금과 아빠 월급으로 갚아나갈 때의 대출금 상환 완료시점을 상세히 설명한 것. 허씨는 “가계 경제상황을 공개한 후 아이들이 알뜰해졌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경제교육은 필수”라며 웃었다.


프리미엄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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