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토포럼 ② 매년 마을 10개씩 늘리는 산청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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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농촌처럼 인구가 해마다 줄고 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동원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2년 전부터 인구 감소 폭이 줄었다. 2004년 인구 3만6849명에서 2006년까지 한 해 400∼500명씩 줄어 2007년에는 3만5274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231명만 줄어 현재 3만5043명이다. 산청군의 ‘전원주택 만들기’ 사업 덕분이다.

19일 민들레공동체 마을 내 대안기술센터 김대규 간사(右)가 성남시 환경지도자협의회원들에게 태양열 집열판 조리기를 설명하고 있다. 5가구 30명이 사는 이 마을은 화석연료 의존을 줄여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생태마을이다. [산청=송봉근 기자]


산청군은 2007년부터 동호인들이 20~30가구씩 단지를 만들어 입주를 원할 경우 행정 절차를 대신 밟아주고 10억원 범위 안에서 기반시설을 해준다. 3∼19가구가 마을을 만들면 5000만원 범위에서 진입로와 상하수도 시설을 해주고 인터넷과 전화선까지 넣어준다.

2007~2008년에만 152채가 준공돼 500여 명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산청군은 34개 마을 942채가 모두 완공되면 3000여 명의 인구가 불어나고 주택신축에 따른 취·등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 세수가 3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해마다 10여 개의 마을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군은 앞으로 마을별로 다양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도록 특화시켜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다. 기존의 마을들이 농사체험에 머문 것에서 벗어나 천문대, 대체 에너지 활용, 친환경재료로 생활용품 만들기, 생태 집 짓기 등 다양한 체험마을로 가꾸면 관광객들이 몰려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갈전생태마을을 찾았다. 대지면적 1821㎡의 야산에 2년 전부터 17가구가 한두 집씩 입주했다.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한 집이 4채나 된다. 황토나 나무·볏짚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집을 지은 것이 특징이다.

주민 김도현(44)씨는 경기도 의왕시에서 반도체 장비회사를 다니다 2007년 초 이 마을로 들어왔다. 119(약 36평)짜리 통나무집을 직접 짓고 간이 천문대를 세웠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를 적게 쓴 덕분에 한 달 전기료가 2000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24가구가 곧 집을 지을 예정이어서 단지가 완성되면 41가구가 모여 사는 제법 어엿한 마을이 된다.

산청군은 지난해 이 마을에 4500만원을 들여 마을 뒤쪽 배수로 100m를 정비하고 생태연못 주변에 난간을 설치했다. 올 하반기에 집을 지을 석대마을(27가구·단성면 방목리)과 수월마을(20가구·신안면 안봉리)에는 10억원씩 들여 도로·전기·상하수도 시설 공사를 해주고 있다.

갈전생태마을 근처의 ‘민들레 공동체’는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마을이다. 5가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은 풍력 발전기 3대와 태양광 전지, 배설물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만든다. 마을의 대안기술센터가 여는 바이오디젤, 풍력발전, 태양에너지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일에도 경기도 성남시 환경지도자협의회 회원 20여명이 찾았다. 이곳의 워크숍은 유료여서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안솔기마을(신안면 외송리)의 18가구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한 집도 없다. 배설물을 부엽토·톱밥 등과 섞어 배출한 뒤 퇴비로 사용하는 생태뒷간을 설치했다. 야간의 숲 속 생태계 보존을 위해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다. 생활오수는 숯·자갈층을 거치게 한 뒤 노랑 꽃창포·갈대 등으로 만든 생태수로를 통과시켜 정화한다.

이재근 산청군수는 “산청은 험준한 산맥과 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발전이 더뎠으나 이제 귀농자나 은퇴자를 모으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며 “도시에서 갖고 있던 전문지식을 농촌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마을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산청=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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