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개조한 호주 '손파크' …내집같은 호텔서의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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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특급호텔? 교통 좋은 도심 한복판. 거미줄같은 도로가 내려다 뵈는 고층에, 묵는 사람 폼나게 하는 천장높은 로비. 회의실.팩스.컴퓨터접속같은 건 기본이고 거기다 수영장이나 헬스크럽 바깥창으로는 녹지가 내다보이면 더 좋고. 숨가쁜 출장길이라면 아마 그런 호텔에 만족할 지 모른다.

그러나 모처럼 숨돌리고 추억만들기에 나선 여정이라면 정말 묵고 싶은 곳은 '사람 사는' 집, 그것도 살맛나게 사는 집이 아닐까. 호주남부의 이름난 포도산지 클레어밸리 부근에 자리한 '손 파크 컨트리 하우스' (61 - 8 - 8843 - 4304) 는 그런 '집' 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호텔이다.

10년전, 1백50년된 농가를 사들여서 개조한 이 호텔의 방은 단지 여섯 개. 여느 살림집처럼 방마다 도배며 가구가 저마다 개성있게 꾸며져 있다.

거실 탁자위에는 집주인, 즉 호텔주인의 가족사진까지 놓여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긴다.

손님들은 룸서비스로 배달되는 신문대신 서재에서 직접 책을 골라 읽거나 음반을 골라 듣는다.

창밖으로 내다 뵈는 전망도 사람 사는 동네답다.

집주인의 솜씨로 오밀조밀하게 꾸며놓은 꽃밭과 연못. 거기에 아름드리 나무가 곳곳에 자리한 너른 들판이 고스란히 호텔산책로다.

농가식으로 꾸며진 부엌에서는 요리강습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거실에서는 미술교실도 틈틈이 열린다.

헛간을 개조한 넓은 식당에서는 매주 일요일 하프연주나 오페라 아리아에 와인을 곁들인 식사가 마련된다.

이렇게 사람 사는 맛을 즐기는 비용은 아침식사포함, 하루숙박에만 한화 약19만원 (2인1실 기준) .그림의 떡이라고? 그렇다면 낡은 것, 살냄새 나는 것을 그저 불도저로 밀어버리지만은 않는 지혜만이라도 구경해 두자. 클레어밸리 =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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