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인공 오아시스 “10개 중 4개는 우리 손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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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22면

두산중공업이 2004년 완공한 담수 생산량 50만t(하루 기준)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발전 담수 플랜트. 두산중공업 제공

마산만이 눈앞에 보이는 경남 창원시 귀곡동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담수(淡水) 플랜트 작업장. 한쪽에서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철제 조립물 공사가 한창이다. 폭 29m에 길이가 100.5m. 길이로만 보면 국제 규격 축구장 크기다. 이 조립물은 지난해 7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주한 8억 달러 규모의 담수 플랜트 시설 중 하나다.

바닷물을 담수로 세계 1위 설비업체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올 9월 말까지 이런 규모의 플랜트 유닛 6개를 만들어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50㎞ 떨어진 제벨다나 지역으로 수송할 예정이다. 유닛 하나당 무게만도 약 4000t에 이르는 이 거대한 시설이 완공되면 하루 동안 1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약 45만t의 담수를 생산하게 된다. UAE는 이 시설로 앞바다인 페르시아만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담수로 만드는 데 이용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플랜트 공사로 총 8억 달러(약 1조1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물저장 시설을 아무리 만들어도 내리는 비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 이때 쓸 수 있는 방법이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1위의 해수 담수화 설비 제조업체다. 중동 지역 국가처럼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에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 수 있는 플랜트를 만들어 팔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 전 세계 담수화 플랜트 10개 중 4개는 두산중공업의 작품이다.
두산중공업은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동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80~90년대 사우디아라비아·UAE 등에서 잇따라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그때까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일부 업체에서 독점해 오던 담수설비의 설계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원 모듈(one module)’ 공법을 개발해 공사기간 단축은 물론, 품질 향상을 이뤄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원 모듈 공법이란 축구장 크기만 한 플랜트를 여러 조각이 아닌 한 덩어리로 만드는 방식이다.
제작 기술도 쉽지 않지만, 길이 100m, 폭 29m짜리 거대 플랜트를 배에 실어 먼 나라까지 수송할 수 있는 것도 두산중공업만의 독자적 기술이다. 두산중공업은 2000년대 들어서 UAE 후자이라 담수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 등 중동 지역 담수플랜트를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박윤식(워터BG장) 전무는 “최근 중동 각국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2010년까지 200억 달러 규모의 담수플랜트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 이 시장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해수 담수화 플랜트사업의 최대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UAE는 연평균 강수량이 42㎜, 사우디아라비아도 200㎜ 미만이다. 특히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UAE가 400만 명의 국민을 먹여살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지척에 있는 페르시아만의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것이다.

UAE의 두바이 정부는 지난해 3월 급증하는 물 수요에 대비해 1억6860만 달러를 투입해 축구장 25개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콘크리트 물탱크 공사를 착공했다. 이 물탱크는 올해 하반기를 완공 목표로 두바이의 사막지대인 무쉬리프 지역에 모두 3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1기당 하루 담수 저장용량은 약 24만t에 이른다.

축구장의 약 42배 넓이인 30만㎡의 터에 건설될 직육면체 모양의 물탱크는 1기당 크기가 길이 372m, 폭 169m, 높이 5.6m에 달한다. 이에 소요되는 콘크리트 양은 27만㎥로 예상된다. 물탱크 3기가 차지하는 면적은 축구장의 25배 정도가 된다. 두바이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두바이의 현재 하루 담수 생산용량은 104만8000t으로 2015년까지 320만t이 필요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도 해수 담수화 시설을 갖춘 곳이 적지 않다. 마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부 섬 지역이 그곳이다. 독도에는 2007년 3월 두산중공업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하루 30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기증했다. 독도 경비대원이 상주하고 있는 동도에 하루 70명이 사용할 수 있는 24t 규모, 독도 주민 김성도씨 부부가 사는 서도 어민숙소에 하루 생산량 4t 규모의 담수설비가 설치됐다.

2006년 11월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와 야미도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준공했다. 10억원을 들여 설치한 이 설비는 하루 150t의 물을 생산한다.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기술처 김석래 차장은 “전국 65개 섬에 총 74개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마련돼 있다”며 “중소 규모의 섬들은 빗물을 모으거나 샘물을 써서 생활용수로 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수 담수화 시설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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