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오바마의 소통” 책 100여 권 의원들에게 돌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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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10면

국회에도 ‘책 읽어주는 남자’가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책 나눠주는 남자’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의 민주당 의원들 책상엔 검정 표지의 책이 한 권씩 놓였다. 김택환(미디어전문기자) 중앙일보 멀티미디어랩 소장이 올해 1월 출간한 『오바마의 공감 커뮤니케이션』(사진)이란 책이다. 이달 초 원 원내대표는 이 책 100여 권을 구입해 소속 의원 전원과 지인들에게 돌렸다.

‘책 나눠주는 남자’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담대한 희망』을 읽고 김 소장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는 원 원내대표는 “오바마에 대한 김 소장의 깊은 고찰이 우리 민주당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감상도 들어봤다. 그는 “정당 내부나 여야 관계, 남북관계 등 요즘 한국 정치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소통의 부재”라며 “상대를 설득하는 자세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정치적 수단이 아닌 정치의 본질로 삼는 오바마의 스타일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평했다. “오바마가 경제위기 상황에 빠져 있는 미국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 현안도 잘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니냐”며 풀어낸 독서평이었다.

원 원내대표가 책을 돌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연말 의원들에게 나눠준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한다』는 제1차 입법전쟁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 중이던 민주당 의원들의 필독서로 인기를 모았다. 원 원내대표는 이 책과 함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경영의 지배(A Functioning Society)』를 요즘 읽은 가장 의미 있는 책으로 꼽았다. 그는 이 책의 1부 ‘해설’ 부분 3쪽을 복사해 의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다음 구절엔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1937년 미국 경제는 심각한 공황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엄청난 충격 속에 빠뜨린 것은 미국 사회가 활기차고 건강했다는 사실이었다…. 뉴딜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며 공공연하게 경제회복보다 사회개혁을 앞에 두었다.”

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불황기에 구사했던 적극적인 재정·조세 정책은 국부를 늘리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킨 것은 물론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했다”며 “뉴딜은 경제위기 극복이란 당면 과제보다 개혁에 대한 사회적 열망을 더욱 중시한 정책이라는 게 두 책의 공통된 통찰”이라고 설명했다.

소속 의원 전원에게 책을 나눠주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 원내대표가 된 이후였다. 그는 “21세기 시대 변화에 맞춰 소속 의원들과 사회를 보는 새로운 눈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민주당엔 소외계층 보호, 민주주의 수호, 자유의 신장 등 전통적 가치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관심과 대안은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하고만 책을 주고받는 건 아니다. 원 원내대표는 2007년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최인철 서울대 교수의 『프레임』이란 심리학 책을 보내오자 답례로 만화 『홍길동』의 작가 신동헌 화백의 컬렉션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도 정 의원이 보내온 『정관의 치』를 짬짬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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