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중국 수출, 원점에서 검토할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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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30면

중국에 물건 팔아먹기가 수월하지 않다. 적신호가 켜졌다고 말해야 할 듯하다. 대중국 수출은 올해 1, 2월에 각각 38.6%와 13.4% 감소했다.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다섯 달 동안 3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던 중국에 대한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후 감소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급한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18일 코엑스에서 ‘대중국 수출 확대를 위한 민관 전략회의’를 열었다. 우선 대중국 수출보험을 지난해보다 30% 늘려 20조원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출대금 떼일까봐 수출을 못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다. 기업들에 도움이 될 듯하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경기순환적인 요인과 경제의 흐름 변화가 있다.

우선 경기순환적인 요인을 보자. 중국에 대한 수출 가운데 절반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사들인 것들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를 가공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판다. 그런데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시장이 경제위기로 중국 물건에 대한 수입을 줄이자 중국의 한국계 기업들의 한국 물건 수입도 줄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경제 자체의 경기순환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여름에 올림픽을 열었다. 당시 긴축정책을 실시할 정도로 경기 과열이 우려됐던 상황이었다. 엄청난 과잉 투자와 생산을 해소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었다. 중국의 조선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 자동차·철강산업과 마찬가지로 기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 나오면서 중국에서는 최근까지 우후죽순처럼 조선업체가 생겨났다. 또 조선강국 한국과 경쟁하기 위해 일본 조선업체의 중국 진출이 이어지면서 선박건조용 두꺼운 철판(후판)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인 중국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중국 제철소들이 압연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였다. 이는 중국 철강산업의 최대 약점이다. 한국이나 일본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이 덕분에 한국은 중국에 선박용 두꺼운 철판을 많이 팔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조선산업도 세계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들의 선박 건조·판매가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한국의 두꺼운 철판 수출도 타격받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민간 부문 투자가 제어되지 못해 과잉과 중복 투자가 조선산업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히 많은 부문에서 과잉·중복 투자가 이뤄졌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

둘째, 흐름 변화에 따른 수출 감소다. 1990년대부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풍부하고 질 좋은 노동력을 활용하는 국제적인 분업구조가 형성됐다. 이런 분업구조는 주로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본국에서 부품·소재 등 원·부자재를 조달(수입)한 뒤 최종 가공·조립하는 공정을 거쳐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 시장에 수출하는 복잡한 국제적인 생산 분업 체계가 자리잡은 것이다. 이름하여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다. 한국 기업들은 92년 수교 이후 중국의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대륙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2004년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에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까지는 미국·EU에 대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원·부자재 수입도 덩달아 증가했다. 하지만 2004년 이후에는 중국의 미국·EU 등에 대한 중국의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데도 아시아 국가로부터 원·부자재 수입이 되레 줄었다.

우선 중국의 원·부자재 생산 능력이 빠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다음은 외국의 원·부자재 생산업체마저 생산 거점을 중국으로 이전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들 기업은 한국이나 일본에 생산시설을 둔 원·부자재 업체들보다 싼값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 공장을 둔 회사한테서 부품을 조달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한국의 원·부자재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흐름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아주 팍팍한 상황이다. 대중국 수출이 한국 정부의 경기 운용의 중요한 변수인데, 짧은 기간 안에 손쉽고 효과 만점인 대책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과 무역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상품뿐만 아니라 금융 등 지식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수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교역 품목을 다양화하면 경제위기 순간 수출이 급감하는 일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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