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유럽연극 '1번지'…'블랙시어터'만 5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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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바츨라프 하벨.요셉 스보보다.밀란 슬라덱.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극인들이란 것이다.

덕망있는 현 체코 대통령 하벨은 '가든 파티' '메모랜덤' 등을 발표, 지난 60년대부터 유럽무대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극작가 (국내무대에 소개된 적은 없다) 다.

스보보다는 국내 무대미술가들이 정신적 스승으로 경외하는 저명한 무대미술가이자 연출가.

또한 슬라덱은 마르셀 마르소에 비견되는 현대 마임의 거장이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이들의 연극전통이 골목골목까지 배어 있어 유럽 어느 곳에 못지 않은 연극의 명소가 되고 있다.

“최근엔 그 전통에 기반한 저력으로 유럽 연극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는 게 이곳에서 연출을 공부하고 있는 신호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프라하는 그 유서깊은 도시의 미관에다 연극과 관련된 문화상품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연극관련 홍보물과 마주치며, 모차르트 복장을 한 채 마리오네트 (인형극) '돈 지오바니' (오페라 '돈 지오바니' 는 1787년 프라하 에스타테스극장에서 초연됐다) 를 보라고 권하는 홍보맨과도 마주친다.

연극무대에 영상을 적극적으로 끌어 들여 '라테르나 마기타' (Magic Lantern) 란 독특한 연극스타일을 개척한 스보보다의 아류들, 즉 '블랙시어터' (검은 배경막을 활용, 연기를 펼치는게 특징) 를 표방한 극장은 무려 5개에 이른다.

자칫하면 아류가 본류를 흐리는 격으로 이들에 현혹돼 스보보다 연극의 진면목을 잘못 오해하는 경우도 생길 지경이다.

이와 별도로 하벨이 얼마전 죽은 부인 올가와 함께 연극인생의 전부를 바쳤던 '나 타후 극장' 은 그의 국민적 인기에 편승해 관광객들의 순례코스가 될 정도다.

또한 2백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마임과 마리오네트의 전통은 전용극장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의 기념품 가게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들어 이같은 프라하의 연극무대에 또 하나의 바람이 추가됐다.

바로 대중문화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탁월한 무대미술의 저력과 배우들의 빼어난 음악성.연기를 밑거름으로 삼아 최근 뮤지컬에 집중 투자, 롱런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것. 미 브로드웨이의 자본까지 투입돼 시민의 새로운 여흥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롱런 뮤지컬로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스피랄라 극장) 와 브람 스토커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드라큘라' (프라하 콩그레스센터) 다.

특히 95년 10월13일 세계 초연된 '드라큘라' 는 16세기 중반 트랜실바니아에서의 드라큘라 탄생부터 현대까지 장구한 세월을 무대로 '흡혈 괴기담' 보다는 '사랑' 에 초점을 맞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까지로 시대를 끌어와 드라큘라의 존재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달 초 이 작품을 본 연출가 김철리씨는 “ '잘할까' 하는 선입견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역작” 이라며 “세련된 무대와 솔로위주로 진행되는 배우들의 노래는 브로드웨이를 능가할 만 하다”고 극찬했다.

프라하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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