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여기자 도와달라” … 앨 고어, 힐러리 장관에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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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적 여기자 2명의 북한 억류 사건과 관련,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어는 억류된 기자들의 소속사인 커런트 TV의 공동 설립자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커런트TV는 고어 전 부통령이 기업가 조엘 하얏트 등과 2005년 공동 설립한 쌍방향 케이블 채널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과 중국 접경 지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유엔의 북·미 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와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공식 수교국이 아닌 북한 내에서 비자 등 영사업무를 스웨덴 대사관에 위임하고 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은 “2명의 미국인이 그들의 의지에 반해 억류돼 있다”며 “현재 정확한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무부 관계자는 “이들이 북한 측에 붙잡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중국 정부도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20일 한국외교협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아직 억류 사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미국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워싱턴과 관련 국가들의 해외 공관에서 이번 사건을 주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이들이 붙잡힌 것이 확실하냐. 잡혔다면 (북한의) 국내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북측 영토에) 들어왔다면 법적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미국 기자들이 실수로 국경을 넘어 억류됐다면 조사를 받은 후에 큰 문제없이 풀려날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로켓 발사를 앞두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어서 북·미 관계가 석방 시기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계 미국인 기자 유나 리와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중국 국적의 조선족 가이드 등 3명은 19일 두만강 인근 중국의 북한 접경 지대에서 탈북자 실태를 취재하다 북한군 국경 경비병들에게 억류됐다. 이들이 붙잡힌 곳은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과 웨칭(月晴) 사이의 두만강가로 강폭이 매우 좁아 쉽게 넘나들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북한 국경을 넘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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