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업체가 딴 9조원 건설 공사 쿠웨이트, 11개월 만에 돌연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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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딴 9조원짜리 해외 건설공사 수주가 취소됐다.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KNPC)는 이 회사가 발주한 알주르 제4정유공장 신설 공사를 취소한다고 GS건설 등 국내 4개 건설업체에 20일 통보했다. 총 사업비가 140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지난해 5월 국내 건설사들이 63억 달러(약 9조원)어치의 공사를 땄다. SK건설(20억6000만 달러)·GS건설(20억 달러)·대림산업(11억8400만 달러)·현대건설(11억2000만 달러) 등이 참여한 것이다.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공사를 수주하고도 취소된 사례는 지난 2000년 쿠웨이트 폐수처리장 공사(2억 달러) 이후 두 번째다.

국토해양부 김영태 해외건설과장은 “사업을 추진해 왔던 쿠웨이트 내각이 최근 총 사퇴하면서 야당과 언론의 반대가 심했던 이 프로젝트 낙찰도 일단 취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경제적 이유도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철근 등 건자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발주처 입장에서는 다시 입찰하면 지난해보다 훨씬 싼 가격에 공사를 맡길 수 있다.

발주 취소 후 재입찰하는 게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취소로 국내 건설업체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기획팀장은 “국내 업체들이 공사비의 2%가량을 선급금으로 받아 설계를 해 왔고, 추가로 들어간 돈에 대해선 발주처에서 보상키로 했다” 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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