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사망 7년만에 첫 라이브앨범 출시…80년대 중반 팬이 직접녹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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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다음달 1일은 우리 가요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걸출한 음악인 2명이 차례로 세상을 등진 날이다.

꼭 10년전인 87년 이날 발라드의 귀재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3년뒤인 90년 이날에는 '절규하는 영혼의 가수' 김현식이 34세의 음악인생을 마쳤다.

그가 숨진지 7년만인 지금 그의 첫 라이브앨범이 나왔다.

'김현식 라이브' 라는 이 앨범에는 모두 20곡이 들어 있다.

'내사랑 내곁에' '비처럼 음악처럼' '사랑했어요' 같은 히트곡부터 80년 데뷔 당시 발표곡인 '당신의 모습' 까지 음악인생 10년을 집약한 레퍼토리다.

그는 생존시 최고의 라이브 스타였다.

'내사랑 내곁에' 가 3백만장 팔리는 성공을 기록했지만 그의 진면목은 음반보다는 무대에서 나왔다.

청중을 빨아 들이는 마성 뒤에는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고독과 허무가 짙게 배어 있었고 웃을 때조차 무언지 허전해 보이는 표정은 김현식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는 90년초 병이 악화돼 삶과 죽음의 사잇길에 섰을 때도 무대에 서는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숱한 무대가 정식녹음된 적은 한번도 없어 그는 그 흔한 라이브앨범 한장 내지 않고 떠났다.

그런데 최근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한 30대 여성이 80년대 중반 김현식의 라이브 현장에서 손수 녹음한 테이프를 음반사에 들고 왔다.

골수팬인 그녀는 홀로 김현식의 녹음테이프를 듣다가 그의 7주기를 맞아 고이 간직해 온 테이프를 앨범원료로 내놓은 것. 그녀로 상징되는 팬들의 애정에 감복한 음반사는 그녀의 녹음테이프를 전부 마스터로 되살리고 그녀가 손수 디자인한 재킷을 써서 초유의 '팬메이드' 라이브앨범을 내놓았다.

이 앨범은 무대에서 마이크를 이용해 녹음하는 정규 라이브앨범과 달리 아마추어 팬이 객석에서 레코더로 녹음한 음반이어서 음질은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객석에 앉아 듣는 듯한 생생한 임장감과 공명감은 이 음반만의 장점이다.

김현식의 육성이 뿜어 내는 광기와 열정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 음반에 등장하는 라이브무대는 모두 3곳. '사랑했어요' 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언더스타로 떠오른 86년 3월1일 숭의음악당과 11월21일 신촌크리스탈극장에서의 소극장공연및 '비처럼 음악처럼' 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은 88년 2월28일 63빌딩에서 5천8백명이 운집한 콘서트를 녹음한 것이다.

당시 세션맨으로 김현식과 호흡을 맞춘 신촌블루스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초기연주를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콘서트를 보러 온 젊은이들의 생생한 반응이 듣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김현식은 생존시 모두 6장의 솔로음반과 1장의 베스트음반을 남겼으며 숨지기 직전 녹음한 유작 5곡이 지난해 7집 '셀프 포트레이트' 로 선보인 바 있다.

음반사는 또다른 미공개 유작 7곡을 내년 그의 8번째 정식앨범으로 출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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