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김인식 감독의 허허실실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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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LA서 열리는 파이널 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한국과 일본이 20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1조 1,2위 자리를 놓고 4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1회말 1사 2루 김현수의 좌전안타때 홈을 밟은 정근우가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20일 WBC에서 일본과의 조 1, 2위 결정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승패에 큰 부담없다. 하늘에 맡기겠다”고 허허 웃었다.

김 감독의 웃음에 담긴 의미는 선발 라인업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근우(2루수)-이용규(우익수)-김현수(좌익수)-김태균(1루수)-이대호(지명타자)-이범호(3루수)-이택근(중견수)-강민호(포수)-최정(유격수) 등이다. 베스트 멤버를 모두 투입하지 않고 여유 있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얘기다.

일본에게 이기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긴 하지만 조 1위가 된다고 해서 우승 고지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조 2위로 4강에 오르는게 유리하다. 조 2위로 진출하면 22일 준결승전, 24일 결승전을 치르며 하루씩 쉬어가며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이지만 1위에 오를 경우 이틀간 쉰 다음 23일과 24일 연속 경기를 치러야 한다.

김 감독은 1회 톱타자 정근우의 중전 안타로 만든 무사 1루에서 이용규에게 희생 번트 사인을 냈다. 오른손 부상을 입은 이용규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느긋하게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포수-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의 교체도 김 감독의 우회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은 포수 박경완(SK)과 박기혁(롯데), 이종욱(두산)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1라운드부터 줄곧 대표팀 홈 플레이트를 지켰던 박경완은 컨디션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포수는 원래 체력 부담도 적지 않다. 게다가 행여나 부상이라도 입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만날 수 있다.

어깨 부상을 입은 박진만 대신 주전 유격수를 꿰찬 박기혁도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을 안고 있어 휴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중견수 이종욱은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지만 김인식호의 뛰는 야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대표팀은 일본과의 네 번째 대결에서 쓴잔을 마셨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 대신 컨디션 조절 카드를 선택했다. 그래서 김인식호의 조 2위 확정은 승리보다 더 값진 수확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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