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시종 기업소설 '재벌본색' 70년대 영웅적 기업가 삶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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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 근로자들은 열사의 사막을 천하무적의 보병처럼 진군했고, 수백 지하에서, 총성이 끊이지않는 전장에서, 혹은 높은 파도를 가르는 배안에서 쥐어짜듯 구슬땀을 흘렸다.

그들을 지휘하는 경영자들은 마치 나라를 세우려는 고대의 영웅들과도 같았다.

그래 70년대 중동등 해외취업으로 오늘의 우리나라를 세운 것은 아닐까. ”

중진작가 백시종씨가 본격기업소설 '재벌본색' (전3권.문학수첩간) 을 최근 펴냈다.

70년대 말부터 기업소설에 관심을 기울여온 백씨는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이때 참다운 창업.기업 정신이 무엇인가 다시 한번 환기시키기 위해 이 작품을 내놓았다고 한다.

소설의 주 무대는 경제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맡았던 월남전과 동남아.중동 건설현장. 다목적 댐.항만.도로.자동차.조선등 국내 기간산업을 태동하게된 단초를 밀림의 살인적 더위와 열사에도 아랑곳 않고 외화벌이에 나선 기업가들의 불굴의 의지에서 찾고 있다.

특히 인간적으로 따뜻한 가슴을 지녔으면서도 초인적인 의지로 국가 건설이나 영토확장에 성공한 영웅들의 생애를 그린 고대 서사시같이 기업가와 기업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어 읽는 재미도 준다.

그러면서도 선과 악의 전형적 기업가를 내세워 참된 기업정신이 무엇인가도 묻고 있다.

기회가 오면 정면 승부를 통해 파죽지세로 기업을 일으켜 국가사회에 크게 공헌하는 기업인과 반면 혼탁한 시대적 상황이 초래한 어두운 그늘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편법으로 끝내 자신과 주변 인물을 망친 기업인을 주요 인물로 내세워 우리 기업의 명암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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