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유소향씨 좁쌀인절미…시어머니에 물려받은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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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네 외할머니께서 이 절구에 직접 떡을 찧어 만들어 주시던 것 생각나니?" 친딸처럼 여기는 시누이의 딸에게 좁쌀인절미를 권하며 유소향 (柳沼向.55.경기도일산호수마을유원APT) 씨가 묻는다.

좁쌀로 만들어 색깔이 거무튀튀해도 고소한 콩고물에 묻혀먹는 맛이 쌉싸름하면서도 아주 쫄깃해 시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셨던 좁쌀인절미. 柳씨는 그분이 떠난 20여년의 세월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柳씨가 스물둘의 나이에 고령 신 (申) 씨 시중공파의 종손에게 시집온 지도 벌써 30여년.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10여년간 모셨지만 그는 시집살이를 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음식솜씨도 좋고 가문에 대한 자긍심을 가득 안고 사셨던 시어머니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柳씨가 시어머니에게서 배운 좁쌀인절미 비법 (秘法) 은 떡을 찧을 때 밀가루를 약간 넣는 것. 그렇게 하면 보름이상 두어도 신기할 정도로 굳지 않고 말랑말랑하다고. 쑥을 넣을 때는 소금간을 조금 더 하는 대신 찐 쑥에 물기가 있으므로 물은 따로 넣지 않는다.

떡을 시루에 찔 때는 김이 나기 시작한 뒤에 뚜껑을 덮어야 푹 익힐 수 있다고. 좁쌀은 햇좁쌀이라야 더욱 쌉싸름한 맛이 난단다.

"제가 다니는 절에 몇번 시주하는 마음으로 이 떡을 가져갔더니 모두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그래서 몇년째 부처님께 올리는 소량의 떡은 거의 제가 도맡아 만들고 있어요. " 이제 가루는 동네방아간에서 빻아오지만 떡을 찧는 것만큼은 여전히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절구를 이용한다는 柳씨. 낡은 떡절구에 시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비는 그의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는 듯 했다.

김정수 기자

[만드는법]

▶재료 = 좁쌀 (차조) 1㎏, 소금13g, 물 약간, 밀가루1큰술, 콩고물 (대두1되, 소금약간)

▶조리법 = ①3~5시간 불려놓은 좁쌀을 체에 걸러 물기를 없앤 뒤 소금을 넣고 빻는다.

②좁쌀가루가 부스러지지 않을 만큼 반죽한 뒤 시루에 흰천을 깔고 얼기설기 넣는다.

③센불에 올려놓고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고 30분정도 찐다.

④불을 줄여 10분쯤 뜸을 들인다.

⑤절구에 밀가루와 함께 넣고 찧는다.

⑥적당한 크기로 잘라 콩고물을 묻혀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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