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본 … 네 번째 격돌, 왜 … WBC 조직위 ‘돈이 되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0면

이렇게 자주 붙어도 되는 걸까.

한국을 2회 연속 4강으로 이끈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일본과 최대 다섯 번이나 맞붙는 대회 일정에 대해 “너무 이상한 대진”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사진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김 감독이 경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중앙포토]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네 번째 한·일전이 벌어진다. 4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과 일본이 20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라운드 1조 1, 2위 결정전을 치른다. 만약 두 팀이 나란히 결승에 올라간다면 다섯 번째 만남도 가능하다. 다른 종목이나 대회라면 몇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상대와 한 대회에서 무수히 부딪치는 것이다. 왜 이런 해괴한 방식이 나왔을까.

#관중동원 1위 한국 경기

이상한 대진 방식은 WBC 조직위원회의 철저한 상업성 때문에 탄생했다. WBC는 관중 수입을 늘리기 위해 한·일 라이벌전이 수차례 가능하도록 대진 방식을 짰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19일 “WBC 조직위가 2회 대회 방식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한국과 일본이 세 차례나 맞붙은 1회 대회와 같은 대진은 피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WBC 조직위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KBO는 아시아 예선에서 조 1, 2위가 가려지면 2라운드에는 두 팀을 각각 다른 조에 배치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예를 들어 A조 1위, B조 2위, C조 1위, D조 2위 4개팀을 한데 묶으면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같은 팀끼리의 반복 대결은 없어진다.

그러나 조직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라운드에서 맞붙은 팀들을 다시 같은 조에 묶었다는 것이 KBO의 설명이다. 게다가 일종의 패자부활전인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을 채택, 한번 패배한 상대와 재대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결국 동일 팀끼리의 반복된 대결을 오히려 더 늘려 놓았다.

KBO 관계자는 “WBC 조직위가 흥행을 위해 일부러 한국과 일본을 2라운드에도 같은 조에 배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회 대회에서 한국 경기는 가장 큰 흥행력을 발휘했다. 당시 2라운드에 진출한 8개팀 중 평균 관중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서 열린 한국의 네 경기 평균 관중은 3만6646명이었다. 특히 한·일전은 빅 카드였다. 2라운드와 준결승 두 차례의 한·일전 평균 관중이 4만 명을 넘었다. KBO 관계자는 “WBC 조직위가 그때 많은 관중이 찾았던 것을 인상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과도한 상업주의, 비판 여론 고조

또 한국과 일본을 다른 조로 분리하면 어느 한 팀은 2라운드를 미국 서부가 아닌 동부 지역에서 치러야 한다. 그럴 경우 아시아에는 새벽이나 아침 시간대에 경기가 열려 TV 중계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WBC 조직위가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TV 중계권료는 상당히 큰 액수다. 한국만 해도 IB스포츠가 450만 달러(추정)에 중계권을 샀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1라운드에서 두 번 만났고 2라운드에서도 또다시 두 번의 경기를 치르게 됐다. 특히 일본은 2라운드까지 7경기 중 한국과 네 번, 쿠바와 두 번 상대한다. 16개국이 참가한 대회에서 7경기를 하는 동안 한 팀과 네 번이나 붙는 것은 세계 어느 대회에도 없는 특이한 대진 방식이다. 조직위의 지나친 상업주의에 참가국은 물론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일본과 다섯 번이나 붙게 만든 것은 너무 이상한 대진”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일본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처음 5경기를 하는 동안 한국과 세 번이나 붙었다. 라운드마다 각조 1, 2위의 교차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샌디에이고=한용섭 기자

*WBC 관련 특집 기사 일간스포츠(isplus.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