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한국 국회가 먼저 한·미 FTA 비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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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위원회는 다른 나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지, 한국 입장에서 하고 싶은 얘기만 하면 안 됩니다.”

기 소르망(65·사진)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한국의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추진하는 과제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의 국제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한국 정부에 국가브랜드위원회 설립을 제안한 인물이다. 소르망은 “대통령이 원로들을 모은 뒤 태권도·김치 등 한국을 알리는 아이템을 결정하고 있는데,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홍보 전문가들을 모아 나라 밖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보게 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세계경제연구원·삼성전자 초청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 행사에 참석한 그는 이날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및 대외 정책, 어떻게 되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프랑스의 경제·사회학자인 그는 자유경제주의와 세계화를 옹호해 왔다. 지난 17년 동안 한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정치인·문화예술가들과 교분을 쌓아왔다.

소르망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 “한국 국회가 먼저 비준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거운동 때부터 한·미 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자유무역은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라며 “1980년대 미국 정부는 일본차 수입에 반대 입장이었지만 소비자는 수입 일본차를 선택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품질과 가격이 좋은 한국 제품을 구입하면서 경제적으로 큰 혜택을 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산인 줄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은 FTA를 이루기 위해 미국에서 홍보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홍보도 강조했다. 그는 “FTA로 피해를 볼 사람들과 하나하나 소통해 또 다른 촛불시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서 그는 “오바마의 대외 정책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오바마가 이라크 책임자 등 대외정책을 맡고 있는 사람을 바꾸지 않는 한 기존 외교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유연해질 가능성이 없다”며 “북한 문제의 핵심은 중국에 있지 평양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라는 설명이다.

소르망은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부양책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저축을 시작한다”며 “저축이 늘어나면 소비가 줄어 오히려 위기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소르망은 “부양책은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며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무언가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만 얻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부양은 시장이 결정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글=김민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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