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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점검] 예산 조기집행 23% 초과 … 현장에 돈 갔는지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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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목표 대비 23.4% 초과 집행.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월까지의 예산 조기 집행 실적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우선 상반기 예산 집행 60%,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의 경우 최대 70%로 잡은 목표 자체가 역대 최대치다. ‘회계연도 개시 전 예산 배분’ 제도를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평소엔 1월 초 국무회의에서 예산 배정 계획이 의결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예산이 집행된다. 그러나 이번엔 예산안 통과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8일 11조7000억원을 미리 배정한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특히 긴급입찰제도를 활용해 관급 시설공사의 발주부터 계약까지의 기간을 90일에서 45일로 줄였다. 권오봉 재정부 재정정책국장은 “전체 관급공사 계약금액 2조6000억원의 거의 대부분인 2조5000억원이 긴급입찰로 체결됐다”고 전했다. 계약금액의 20%이던 선금 지급 한도를 30~50% 확대했고, 지방 사업비 보조금 사용 규정도 완화해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해도 먼저 국고보조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재정부는 매달 두 차례 각 부처 담당자를 불러 집행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총 사업비 예산 257조7000억원 가운데 23.4%인 60조원이 집행됐다. 당초 목표치 46조7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재정부의 집계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사업보조금과 지방교부금은 지자체가 돈을 받으면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돈을 받은 뒤 실수요자에게 넘기지 않은 경우를 가려내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올해 지방교부금은 61조4000억원, 사업보조금은 29조2000억원에 이른다.

현장의 관행도 문제다. 비중이 큰 관급공사 예산의 경우 아무리 정부가 돈을 풀어도 원청 업체가 챙긴 뒤 하청 업체에 어음을 돌리면 현장의 자금사정이 나아질 수 없다.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1738개 관급공사 현장을 점검한 결과 502개 하도급 업체가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청라·송도지구 공사 현장은 발주처인 인천개발공사로부터 현금으로 대금을 받은 대형 건설사들이 하도급 업체들에 어음을 끊어준 경우가 28건(25억6000만원)에 달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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