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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리군단, 바이킹에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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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Nordic Victory, 2-2, Bye Bye Italy'(북유럽의 승리, 2-2, 잘 가라 이탈리아).

스웨덴과 덴마크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C조 마지막 경기가 벌어진 23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의 베사 경기장. 후반 44분 스웨덴의 마티아스 욘손이 동점골을 터뜨려 2-2가 되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스웨덴 응원단이 이탈리아 탈락을 조롱하는 피켓을 높이 들자 덴마크 응원단이 박수로 화답했다. 바이킹의 후예들은 동반 8강행을 자축했다.

같은 시간 기마랑스의 아폰소 엔리케 경기장. 이탈리아는 추가시간이 적용된 후반 49분 안토니오 카사노의 극적인 결승골로 불가리아를 2-1로 꺾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선수들은 얼굴을 감싸며 그라운드에 주저앉거나 물통을 발로 차며 울분을 터뜨려야 했다. 스웨덴.덴마크와 1승1무 동률이 됐으나 동률 팀 간 다득점에서 밀려 8강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인 이탈리아는 유럽선수권에 조별 리그가 도입된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무패로 탈락한 팀이 됐다.

경기를 앞두고 이탈리아는 '북유럽국인 덴마크와 스웨덴이 담합해 이탈리아를 탈락시킬 것'이라는 음모설을 제기했다. 유로 2004에서는 동률 팀이 나오면 동률 팀 간 승자승, 골득실차, 다득점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이탈리아는 덴마크와 0-0, 스웨덴과 1-1로 비겼기 때문에 불가리아를 아무리 큰 점수차로 눌러도 덴마크와 스웨덴이 2-2 이상의 점수로 비기면 탈락하게 돼 있었다.

결과는 음모설을 증명하는 듯했지만 경기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쉴새없이 날아드는 스웨덴의 포화를 수없이 건져낸 골키퍼 토마스 쇠렌센이 아니었다면 덴마크가 탈락할 수도 있었다. 덴마크는 쇠렌센의 거듭된 선방에 힘입어 전반 26분 욘 달 토마손이 20m짜리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3분 스웨덴의 헨리크 라르손이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었지만 덴마크는 11분 토마손의 추가골로 앞서 나갔다.

오히려 탈락 위기에 놓인 스웨덴은 경기 종료 1분 전 욘손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스웨덴은 이후 수비진영에서 볼을 돌렸고, 덴마크 선수들은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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