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신드롬 전도연의 매력…참 따뜻한 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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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국영화' 같은 여자가 있다.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볼 듯 말 듯, 요란하지 않은 평범한 얼굴. 끼가 철철 넘치는 만능 재주꾼은 결코 아니다.

이 여자에게 필름 누아르의 요부 (妖婦)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앙증맞은 여자까지 척척 변신하란 건 좀 벅차다.

그러나 일상의 섬세한 감정을 과장없이 포착하는 어느 한 순간, 이 여자의 매력은 누구보다도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요즘 이 여자의 이름은 전도연 (24) .방송에서는 7년 경력의 소장파지만 영화는 올해 데뷔한 햇병아리. 그런 그가 신예 장윤현감독의 영화 '접속' 으로 단박에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거머쥐었다.

주연여배우? 짙은 화장기없이 그저 해사한 얼굴로 신문사에 나타난 그에게서 공주병의 징후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병이라면 천사병. 조금은 소심한 듯 동료 수련의를 짝사랑하면서 혼자 속끓이는 간호사 (MBC드라마 '종합병원' )에서 사장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수위인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착한 딸 (KBS드라마 '사랑할 때까지' ) 까지 '천사표' 는 전도연의 장기처럼 돼왔다.

그러나 너나없이 "세계의 중심은 나" 를 외치는 시대에 천사병환자들은 대개 공주병환자들에게 밀리게 마련. 드라마에선 그런 천사표들이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그저 착한 척만 하고 있으면 백마 탄 왕자가 척척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지만 이건 영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차라리 현실은 영화 '접속' 에서처럼 친구의 애인을 혼자 좋아하다 상처받거나, 허전한 마음 한 구석을 달랠 길없이 빈방에서 컴퓨터통신에 몰두하는 편에 가깝다.

대다수 관객들이 속하는 이런 '조연인생' 의 내면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어 어엿한 '주연' 으로 만들어 내는 것, 늘 주연에선 조금 비껴난 조연으로 닦아온 전도연의 연기재능은 영화 '접속' 에 와서 비로소 확실한 제몫을 해낸 것이다.

“또래 신인들끼리 처음 연기생활 시작했을 때는 서로 질투가 심했죠. 속상해서 친구들이랑 밤새 술마시고 거의 잠안자고 술냄새 풍기면서 방송국에 가기도 하고 참 힘들었어요. ” 그런 시간을 이겨낸 전도연의 내면에는 집은 가난해도 똑부러지게 야무진 둘째 딸 (KBS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 같은 당찬 구석이 숨어 있다.

영화 데뷔작을 고르면서도 “나를 보러 관객들이 오지는 않을 것” 이라며 “남자상대역이 최소한 나보다는 비중이 있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영화작업내내 '접속' 의 이미지에 어긋나는 배역을 피하려 방송사와의 갈등도 감수한 일화는 그 일부분이다.

전도연의 다음 연기는 SBS드라마 '달팽이' .당차진 그녀에게 격려를 띄우고 싶다면, 인터넷접속으로도 가능하다.

http://www.tomatonet.com/Jeondoyoun/.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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