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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문화] 필라델피아 '예술의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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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미국 최고(最古)의 오페라하우스인 아카데미 오브 뮤직이 있는 ‘예술의 거리’.

필라델피아 시청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브로드 스트리트를 걷다보면 보도 블록 위로 높은 음자리표가 그려진 동판이 눈에 띈다. 소프라노 마리안 앤더슨, 색소폰 주자 존 콜트레인, 팝그룹 보이스 투멘 등 이곳 출신 음악가들은 물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낸 유진 오먼디.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의 이름도 보인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범죄와 마약의 온상이었다. 공연 관람을 끝낸 후엔 택시나 지하철을 타고 교외의 주택가로 도망치듯 빠져나가기 바빴다. 텅빈 거리는 음침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1993년 에드워드 렌델(60)이 필라델피아 시장 부임 1년 후 브로드 스트리트를 '예술의 거리'로 선포하면서부터 거리 풍경은 달라졌다. 1400만달러(약 170억원)를 들여 가로경관 개선작업에도 착수했다. 브로드 스트리트의 레스토랑은 92년 이후 10년 만에 세 배로 늘어났다. 타워 레코드 등 자정까지 영업하는 상점도 많다. 교외로 빠져나갔던 전문직.고학력.고수입의 백인 중산층들이 속속 도심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밤거리도 극장을 찾는 시민.관광객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렌델은 99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에 당선됐다.

'예술의 거리'의 꽃은 2001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전용홀로 개관한 킴멜센터다. 브로드 스트리트의 공연장 총객석수는 1만1273석. 리지웨이 도서관은 필라델피아 예술고로, 소방서는 판화 전문 갤러리 '브랜디윈 워크숍'으로, 사우스 필라델피아 국립은행 건물은 230석짜리 소극장 '필라델피아 아트뱅크'로 개조됐다. 펜실베이니아 발레단은 상가 빌딩을 개조해 전용 연습실을 마련했다. 2006년엔 160가구의 아파트와 350석짜리 공연장을 결합한 '심포니 센터'가 들어선다.

시청 북쪽엔 영화 '로키 5'를 촬영했던 '레전더리 블루 호라이즌', 1만200석짜리 규모의 실내 경기장'리어쿠러스 센터', 템플대 음대의 350석짜리 실내악홀인'로크홀', 흑인 전문극단'뉴 프리덤 시어터', 남쪽엔 뮤지컬 극장 '프린스 뮤직 시어터'(350석), 뮤지컬.발레 극장'메리엄 시어터'(1790석)가 자리잡았다.

뉴욕 링컨센터,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의 경우처럼 쇠락해 가는 도심을 문화시설로 되살리는 것이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의 거리'는 길이 5.6㎞의 여러 블록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다. 관광 수요 창출은 물론 경제적 효과까지 염두에 둔 '큰 그림'이다.

'예술의 거리'사무국 (avenueofthearts.org)은 비영리 민간 기구로 렌델 주지사의 부인인 마조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캐런 루이스 실행감독은 "각 공연장.예술단체의 마케팅 담당들이 매년 3회 모임을 갖고 '예술의 거리 축제'등을 해오고 있다"며 "건축가.도시계획 전문가들과 함께 마케팅, 교통환경평가, 소비자 연구 등 다각적인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필라델피아=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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