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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7년 항해 끝 '환상의 별' 도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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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오는 크리스마스에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낙하산을 이용해 착륙할 ‘호이겐스’호의 개념도.

199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33억달러를 들인 탐사선 하나가 발사됐다. '카시니-호이겐스호'다. 2100㎏에 달하는 육중한 몸집은 가장 무거운 탐사선으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7년 뒤 카시니호가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35억㎞를 항해한 끝에 다음달 1일 토성의 궤도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화성 표면 탐사가 시작된 지 반년도 안 돼 또 다른 우주쇼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에드워드 웨일러 박사는 "토성은 행성의 진화를 설명할 타임머신"이라며 "이를 통해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던 조건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성은 목성에 이어 태양계에서 둘째로 큰 행성이다. 지름은 약 12만㎞로 지구의 9배이며, 무게는 지구의 95.1배다. 태양을 한바퀴 도는 공전주기는 29.6년. 토성은 무엇보다 환상적인 고리로 호기심의 대상이다. 1675년 프랑스 천문학자 카시니가 두개의 고리 사이에 20㎞ 정도의 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카시니 틈'으로 이름 붙였다.

지금까지 토성을 관측한 탐사선은 보이저 1.2호, 파이어니어 11호 등이다. 파이어니어 11호는 1979년 9월 토성 표면에 2만2000㎞까지 접근해 행성과 고리, 위성에 대한 사전조사를 벌여 토성 주위의 자기장 크기가 예상보다 작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80년 11월 보이저 1호는 토성을 지나가면서 토성과 위성에 관한 자료와 사진을 전송했고, 81년 보이저 2호는 토성의 대기층이 목성에 비해 두껍고 적도에서 부는 바람은 목성에 비해 5배나 빠른 시속 1500㎞ 이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토성을 스쳐갔을 뿐 토성의 궤도에 진입하지는 않았다. 천문학자의 이름을 딴 카시니호는 다음달 1일 토성의 궤도에 진입하자마자 역추진 로켓을 96분 동안 점화해 속도를 줄이며 토성에 근접한다. 동시에 두대의 카메라를 토성의 표면으로 맞추게 된다. 토성의 중력을 받으며 고리의 중앙을 통과하는데, 이때 전송되는 사진은 고리의 조성물질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카시니호는 앞으로 4년 동안 토성 주위를 76바퀴 이상 돌며 50만장의 사진을 보내올 계획이다. 한바퀴 돌아 토성에 근접할 때마다 역추진 로켓을 점화해 토성에 좀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수명이 10년 이상도 가능하다는 것이 NASA 측의 설명이다.

카시니호는 궤도를 달리하며 토성의 다양한 위성과 마주칠 수 있다. 토성은 31개의 위성을 가진 행성으로, 태양계 가운데 가장 많다. 이미 지난 11일 토성의 스무째 위성 피비와 2000㎞ 거리로 스쳐지나가며 울퉁불퉁한 표면 사진을 지구로 전송해 왔다.

카시니호의 임무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12월 25일께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이자 대기가 존재하는 특별한 위성 '타이탄'에 소형 탐사선 호이겐스를 직접 내려보내는 것이다. 타이탄은 태양계 행성인 수성.명왕성보다 크다. 달의 1.5배에 이른다. 세시간 동안 낙하산을 이용해 내려가면서 타이탄 대기의 조성과 표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전해올 계획이다.

보이저 1호의 관측을 통해 타이탄의 대기는 질소가 대부분으로 소량의 메탄과 에탄 등 탄소 화합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영하 178도 정도의 표면온도에서 탄소화합물은 액화 상태로 얼음이나 바다 형태로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이겐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탄의 바다를 파헤칠 수 있다는 것이다. 40억년 전 지구상에 생명이 탄생했을 무렵의 원시 지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카시니-호이겐스호의 최신 소식은 인터넷(http://saturn.jpl.nasa.gov/index.cfm)에서 볼 수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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