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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월드컵축구]고정운,카자흐전 벤치 신세에 오기 발동…출전 학수고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적토마' 고정운 (31.세레소 오사카)의 오기가 발동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큰일' 한번 내겠다는듯 눈빛이 날카롭다.

털털한 목소리, 구수한 전라도 (전북 완주) 사투리로 평소 후배들을 곧잘 웃기던 고정운. 그런 그가 최근에는 퉁명스러워졌다.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는 말투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인해 매사에 항상 적극적이던 그가 카자흐스탄전 (11일) 이후 갑자기 입에 무거운 추를 달았다.

아무리 물어봐도 그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무엇이 그의 오기를 자극했을까. 1 - 1 무승부를 이룬 한국 - 카자흐스탄전의 결과 때문일까, 슬럼프에 빠졌던 자책감 때문일까. 그는 지고는 못산다.

비겨도 화가 치민다.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비로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생긴다.

말수도 승리와 정비례한다.

고정운은 그만큼 승부욕이 강한 사나이다.

우직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축구인생. 컨디션은 기복이 심하지 않고 고른 편이다.

그러나 그는 카자흐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는 분명 '대기선수 리스트' (리저브)에 올라있었다.

벤치신세를 질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초 '베스트 11' 로 거론되던 그는 서정원 (LG)에게 왼쪽날개 자리를 양보하고 벤치에서 내내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차감독은 “슬럼프 때문” 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원정경기에서는 실수가 빌미가 돼 첫골을 잃은 것을 비롯, 왕년의 적토마 고정운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일본이 가장 어려운 상대로 분류할 만큼 상대팀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또 그런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 그가 중요한 경기에서 내내 벤치를 지키고 있으니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지 않을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모든 잡념을 떨쳐버린 고정운. 그는 오는 18일 파흐타고르 경기장에서 펼쳐질 '타슈켄트 대공습' 의 공격선봉에 서길 학수고대 하고 있다.

177㎝.79㎏로 딱 벌어진 체격. 이리고 - 건국대를 나와 지난 89년 일화 창단멤버로 입단했고 올초 8억원의 이적료와 연봉5억4천만원을 받고 J리그로 이적했다.

타슈켄트 =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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