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부 개조 프로젝트] “60만원 과외도 효과 못봤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이번주 참가자 서울 한가람고 곽우영군

현상태 진단해보니…
어릴 때 책 많이 읽어 잠재력 충분

서울 목동 한가람고 1학년 곽우영(15)군은 성적 얘기만 하면 주눅이 든다. 우영이 옆엔 친구가 많다. 축구 실력이 좋고, 전기 기타도 잘 친다. 하지만 공부는 예외다. 중학교 성적은 내내 하위권이었다. 60만원짜리 개인 과외를 받아도 성적은 제자리였다. 어머니 한금주(48)씨는 이런 아들을 위해 용(?)하다는 공부법 강사들을 찾았다. 여러 차례 공부 컨설팅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과연 우영이의 문제는 어디에 있는 걸까. 하위권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우영이를 만난 프로젝트팀은 “‘공부를 한번 제대로 해 보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은 좋은 출발”이라고 입을 모았다. 프로젝트팀의 분석 결과 현재 우영이는 동기 요인 중에서도 자신감과 학습 집중력이 약한 상태. 황우원 교사는 “고등학교 생활을 막 시작한 터라 길어진 수업 시간과 밀도 높은 수업 강도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영이는 “학원 대신 야자(야간 자율학습)를 신청해 학교에서 공부하는데 오후 9시만 되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또 평소 우영이는 생활 습관 및 자기 관리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음악·게임 등으로 자투리 시간을 보낸 뒤 ‘공부를 못 했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잠들기 일쑤였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게임을 찾고, 게임을 하다 보니 후회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박재원 소장은 “‘공부를 위해 게임을 끊으라’고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공부가 싫어지고 아예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영이의 진학 대학과 목표는 아직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 한씨는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려는 생각 같다”고 말했다.

프로젝트팀은 우영이에게서 희망적인 요소를 발견했다. 집안 벽 한쪽을 빼곡히 채운 책들이 그중 하나다. 우영이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도서관이나 집에서 책을 읽어 왔다. 자기 전에는 쉬운 내용의 영어 이야기책을 테이프로 들었다. 수학에 대한 거부감은 컸으나 언어·외국어 영역에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다. 박 소장은 “공부가 잘 안 되는 여러 복합적 요인 중 ‘방법과 습관’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의 면학 분위기, 규율 등도 적절한 편이다. 집 공부방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영이의 학습 스타일은 독서실 타입인 것으로 분석됐다. 혼자보다는 적당한 경쟁심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공부하는 게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프로젝트팀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1차 목표를 정했다.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우영이가 아직 가져본 적이 없는 공부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