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방어막 뚫고 초당 7~20건씩 조회 수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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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서 이뤄진 조회 수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조작에 사용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찾았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조회 수가 많아지게 조작한 네티즌 3명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본지 3월 17일자 1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장관승 3팀장이 17일 서울경찰청사에서 아고라 토론방 조회 수 조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장관승 3팀장은 “한 네티즌은 지난달 20개의 글을 올려 약 100만 건의 조회 수를 조작한 혐의가 있다”며 “하루 최대 15만 건의 조회 수를 조작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조회 수 조작이 이뤄지는 과정을 공개했다.

◆쿠키 시스템 무력화=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1분 제한’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의 ‘새로 고침’ 메뉴를 계속 클릭하면 조회 수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다. 한 네티즌이 동일한 인터넷주소(IP)를 통해 1분 안에 ‘새로 고침’ 메뉴를 여러 번 눌러도 조회 수가 한 번만 올라가도록 방어막을 구축했다. 다음의 이 시스템은 이른바 ‘쿠키 파일’을 이용한 조작 방지책이다. 쿠키란 네티즌이 방문한 사이트의 접속기록으로 컴퓨터에 남아 있다. 이 시스템은 쿠키파일 기록을 인지해 같은 IP로 여러 번 클릭해도 한 번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다음의 정지은 홍보팀장은 “조회 수를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는 사례를 막기 위해 동일한 IP를 통해 1분 안에 ‘새로 고침’ 메뉴를 여러 번 눌러도 조회 수가 한 번만 올라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네티즌은 다음의 1분 제한 시스템을 무력화했다. 이들 네티즌은 해외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쿠키 활용 방어막을 뚫고 조회 수를 끌어 올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장관승 팀장은 “압수수색을 당한 네티즌은 이런 쿠키 정보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조회 수를 조작했다”며 “한 네티즌의 컴퓨터에서 ‘조작 프로그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주 동안 100만 건 조작도=경찰의 조사 결과 이들 네티즌은 다음의 방어막을 뚫은 뒤 이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시켰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조작을 원하는 게시글의 IP 등을 넣고 조건을 지정하면 조회 수가 1초에 7~20건씩 올라갔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은 ‘121.138.XX’의 IP를 통해 오후 2~10시 8시간 동안 13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1분에 1회꼴로 480회의 조회 수만 가능하지만, 조작을 통해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글로 둔갑한 것이다. 이 네티즌은 경찰이 자료를 확보한 2주일 동안에만 총 100만 건의 조회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회 수가 늘어난 글은 ‘베스트 목록’에 포함됐고 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유발했다.

조회 수 조작 혐의를 받는 네티즌은 방문객이 뜸한 새벽에 글을 올려도 아침이 되기 전에 이미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경찰은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글 띄웠나=경찰은 이날 조회 수가 조작된 게시글을 공개했다. 정부와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패러디 사진을 짜깁기한 글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지난달 20일 용산 농성자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이제는 끝장을 보자”고 선동적인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조작 건수를 포함해 7만5000여 건의 조회 수를 올렸다.

김준술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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