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고향 출마했던 이정욱씨 박연차 회장에 3억원 받은 혐의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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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7일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3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정욱(60)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긴급 체포했다. 이씨는 2005년 국회의원 재선거 때 열린우리당 경남 김해 갑 후보로 공천받은 직후에 박 회장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체포를 계기로 박 회장의 정·관계 금품 제공 혐의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중수부의 박 회장 비리 수사에서 정치인이 돈을 받은 혐의로 피의자 신문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근거로 16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오늘 새벽 이씨의 집에서 영장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홍 기획관은 “박 회장의 정치권 로비 수사에 진전이 있으며, 성역 없는 수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18일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해운산업 전문가인 이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대통령 민정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해양수산개발원장을 지냈다. 2005년 김해 갑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에게 져 낙선했다. 김해 갑 선거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김해시 진영읍)이 속해 있다. 태광실업의 본사도 김해시에 있다. 이씨는 지난해 부산항만공사(BPA) 사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임명되지 못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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