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서단 창립전…18일까지 연세대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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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정인지 (鄭麟趾) 는 세종대왕의 어명을 받들어 훈민정음의 서문을 쓰면서 한글이 '형상을 모방해 글자는 옛날 전서와 비슷하다 (象形而字倣古篆) '고 했다.

전서 (篆書) 는 한자의 다섯체 가운데 가장 먼저 완성된 글자다.

또 사물의 형상을 따서 만들어 조형성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글자체다.

한글의 글자체에서 어떤 조형미를 찾으려할 때 전서가 그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랫 동안 한문 서예를 써온 중진 서예가들이 모여 한글 서예의 발전을 생각하는 모임, 한글서단을 만들고 한글날에 맞추어 창립전시를 열었다.

(연세대박물관 18일까지 02 - 361 - 4601) . 지난 4월 한 서예전시의 뒷풀이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서예의 장래를 걱정한게 계기가 됐다.

서예 예술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들이 모아져 모임 결성으로 이어졌다.

한글에 주목한 것은 서예의 대중성을 위해서 한글서예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거기에는 그동안 서예계가 한문 서예에만 주력하면서 한글을 등한시했다는 반성도 포함되어 있다.

한글서단에 참여하고 있는 서예가는 권창륜.김양동.박용설.김구해.김태정.박원규. 신두영.홍석창.윤양희씨 등 9명. 한별 신두영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문 서예가들이다.

더구나 이들 각각은 미협 서예분과나 한국서예협회.한국서가협회의 중심적인 인물들이다.

창립전의 출품작은 한사람당 각4점씩. 그 동안 한글서예가 궁체와 판본체에 너무 치중돼왔다는 것을 의식해 이것은 피했다.

따라서 각자의 개성이 강조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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