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사랑] 젖갈 입맛 돋우는 고단백 식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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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통통한 살이 껍질과 함께 톡톡 씹히는 새우젓, 텁텁한 듯 하면서 부드럽게 혀끝을 감싸는 멸치젓, 매콤새콤하면서 시원한 감칠 맛의 어리굴젓…. 생각만 해도 입맛이 절로 나는 맛깔스런 젓갈 한 접시. 밥반찬으로도 그만인 젓갈은 김장을 담글 때도 없어선 안될 전통발효조미료다.

다만 같은 재료라도 밥반찬으로는 2~3개월 단기숙성시킨 저염도 (10%안팎) 의 '젓' 을 먹고, 6개월이상 장기숙성시켜 찌꺼기를 걸러 낸 고염도 (약 25%) 의 '젓국' 은 주로 김치를 담글 때 사용된다.

하지만 젓갈은 우리나라만의 음식은 아니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동양 각 지역에선 까마득한 옛날부터 조미료로 이용해 왔다.

태국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인 남플라와 가피가 바로 생선젓.새우젓류. 싱싱한 해산물과 질좋은 소금만으로 간단히 만들어 따뜻한 날씨에도 두고두고 보관해 먹을 수 있었으니 동양인들 특유의 지혜의 산물이랄까. 우리나라에서 젓갈이 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5세기경인 듯. 기원전 3세기에 쓰여진 중국의 '주례 (周禮)' 에 한민족의 생활권이었던 산동성의 게젓 얘기가 나올 뿐 아니라 오늘날 젓갈의 뜻으로 해석되는 '해 (해)' 나 '지 (지)' '자 (자)' 등의 문자가 등장한다고. 우리나라 문헌으로는 '삼국사기 (三國史記)' 가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문왕이 왕비를 맞았던 폐백 품목 속에 젓갈이 포함돼 있다.

철따라 젓갈은 종류도 참 다양하다.

봄엔 멸치젓.조기젓.황석어젓.갈치젓.꼴뚜기젓.조개젓.병어젓.전갱이젓, 여름엔 새우젓,가을엔 어리굴젓.게젓등을 담으며, 겨울엔 가자미젓.명란젓.오징어젓.창란젓.동태젓등으로 식욕을 돋궜다.

가장 다양하게 쓰이는 새우젓은 음력5월.음력6월.가을.겨울등 담근 시기에 따라 오젓.육젓.추젓.동백하젓이라 부른다.

특히 살이 통통한 육젓은 김장용으로 으뜸. 요즘은 갓 잡아 올린 잔새우로 만든 추젓을 참기름.깨소금과 다진 파.마늘로 양념해 먹으면 제맛일 때다.

식초를 곁들이면 더욱 산뜻하다고. 젓갈이 좋은 게 어디 혀끝에서 뿐일까. 최근 비린내등을 이유로 젓갈을 넣지 않고 김치를 담그는 가정도 많아졌지만 사실 젓갈이야말로 김치의 미각적.영양학적 완성에 '필수품' .배화여자전문대의 윤숙자 (전통조리학과) 교수는 "젓갈은 소화.흡수가 쉬운 고단백식품으로 김장에 주로 사용되는 새우젓은 단백질과 칼슘, 멸치젓은 열량과 지방의 급원" 이라고 설명한다.

요즘 김장용 젓국은 하선정종합식품.미원.해찬들.제일제당등 외에도 중소기업체까지 포함, 상품화하고 있는 업체만도 40여개. 대개 멸치.새우.까나리등을 원료로 한 것들로 핵가족을 위한 5포기용 3백20짜리부터 대형할인매장에서 판매되는 3㎏까지 다양하다.

요리연구가 하선정씨는 "젓갈은 우선 냄새가 구수한 것으로 골라야 하며 김장용으로는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삭은 것이 좋다" 고 조언한다.

맑은 멸치젓국이나 까나리젓국은 금방 먹을 김치에 좋은 반면, 오래 두고 먹을 김장용에는 깊은 맛이 나는 새우젓이나 황석어젓이 적당하다고. 새우나 황석어젓은 건더기가 많지만 끓여서 체에 걸러 사용하는 것보다는 곱게 다진 뒤 꼭 짜서 김치에 넣는 것이 더욱 맛있단다.

황석어젓은 다지더라도 국물이 많지 않으므로 깨끗한 식수를 조금 타서 사용해도 된다고. 한편 수협은 백령도 까나리액젓.신안 새우젓.광천 새우젓.추자도 멸치액젓등 유명산지의 젓갈들을 대량으로 내놓는 김장특판행사를 11월 중순쯤 열 예정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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