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신시장 개방 득도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내년 1월1일이면 WTO기본통신협정이 발효된다.

정부는 외국기업의 시장진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WTO협상기간 동안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시내전화부터 개인휴대통신 (PCS)에 걸친 전 통신시장의 다수사업자 경쟁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 결과 이달 초부터 제3의 국제전화사업자가 출현하고 3개의 PCS사업자들이 기존의 이동전화사업자들과 경쟁에 나서게 됐다.

경쟁으로부터의 성역으로 일부 인식되기도 했던 시내전화까지 제2사업자가 허가되어 한국통신의 시외전화 독점도 역사속으로 사라져갈 시점에 있다.

다수사업자 경쟁체제는 시장을 국내기업에게 먼저 개방하여 국내통신 사업자들의 경쟁체질을 단련하려는 정책의지의 표현이다.

WTO기본통신협정 발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의미있는 시장개방은 99년 1월 시작된다.

이때부터 외국인이 통신망사업체의 대주주가 될 수 있고, 공중망에 접속된 음성전화 재판매에 외국인 투자가 허용된다.

따라서 아직도 1년이상 국내기업의 경쟁제질을 담금질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셈이다.

앞으로 1년이 갈림길 WTO기본통신협정의 발효는 기술진전을 따라갈 수 없는 정책과 마치 사업자 허가를 받으면 일확천금이 보장이 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의 종결을 의미한다.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정부조도의 사업자허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능력있고 의욕있는 모든 기업은 통신법에 정해진 허가요건만 충족하면 언제든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제 통신규제의 핵심은 진입제한이 아니라 경쟁촉진에 있다.

경쟁을 촉진하려면 시내망에의 접근 및 이용이 신속, 공정,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통신이 독점하고 있는 시내망은 통신시장경쟁 활성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

회계분리에 기초한 접속료 산정이 힘들다면 한국통신의 시내전화사업을 분리해 내는 것은 어떨까. 한국통신의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한국통신의 시내망 독점에 연유한다.

시내망을 떼어낸 한국통신은 부담없이 민영화의 길을 재촉할 수 있을 것이고 타 통신사업자와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기득권 논리 배제해야 사실 한국의 개방수준은 한국의 통신시장발전단계에 비추어 볼 때 미약한 감이 있다.

동일인 지분제한 (전화사업 10%, 타 기간통신사업 33%) 은 지속되고, 망보유사업자는 2001년이 되어야 49%까지 외자가 허용된다.

한국이 진정으로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세계중심국가로 부상하려면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의 기득권 논리만이 철저하게 반영된 개방에 대한 방어적인 시각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후진적인 통신정책을 펴고 있는 일부 OECD국가의 외자허용한도만을 벤지마킹할 이유가 없다.

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 없는 다수사업자 경쟁체제는 통신시장에 존재하는 독과점적인 이윤을 국내기업들끼리 나누어 갖는 부의 단순 재분배만 가져올 뿐이다.

통신사업자들이 '과당 경쟁' 이라고 엄살을 떨 만큼의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지 않는 명목상의 다수사업자 경쟁체제는 국내기업들로만 시장을 선점, 포화시키고 외국기업의 시장진입여지를 봉쇄하여 국내통신산업의 집단적 부실화를 초래할 우려마져 있다.

외국의 시장개방압력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동일인 지분제한 및 대주주 제한의 철폐는 물론, 외국인투자한도의 확대도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향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